인공지능(AI)은 어느 날 불쑥 솟아난 신기술이 아니다. 1950~60년대부터 AI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이 시도됐고, 21세기 들어 AI를 실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서 비로소 학계와 산업계, 나아가 우리 일상 전반을 뒤흔드는 태풍이 됐다. 이제 과학기술을 빼고는 국가 성장과 번영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AI 시대로의 전환을 위한 바탕은 결국 기초학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민일보는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컨벤션홀에서 ‘선도국가로의 퀀텀점프: 과학기술이 여는 새로운 성장’을 주제로 ‘2025 국민미래포럼’을 개최했다. 전 세계적인 과학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강연에 나선 산·학·연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첨단 과학기술이 꽃피울 수 있는 토양으로서 기초학문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기초학문의 발달이 AI 시대를 판가름한다’는 주제의 특별강연에서 “기초학문이라는 기본이 안 돼 있으면 그 위에 쌓아올린 과학기술도 탄탄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인문학적 소양을 충분히 갖춘 인재가 AI를 누구보다 더 잘 활용할 것”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기초학문에 투자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조강연을 맡은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미국이 불붙인 글로벌 과학기술 인재 유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국가적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원장은 “이공계 교육과 대학원, 국가 연구기관과 산업체로 이어지는 통합형 인재 전략이 필요하다”며 “AI를 단순 기술로 바라봐서는 안 되고 미래 사회경제 구조의 핵심 인프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기조강연자인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AI 기술이 신약 개발 속도를 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회장은 “신약 개발은 시간이 가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무어의 법칙’을 반대로 한 ‘이룸의 법칙’(연구비 지출 대비 신약 개발 건수가 9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이 적용됐던 분야”라며 “하지만 AI가 이런 법칙을 깨뜨리고 있다. AI와 디지털 전환은 이제 신약 개발의 필수 인프라가 됐다”고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정·관계 주요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과학기술을 통한 대한민국 대도약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대독한 축사에서 “전 세계의 무한 기술 경쟁은 우리에겐 크나큰 위기이자 도전”이라며 “지금은 ‘J자형’ 과학기술 전환, 즉 퀀텀 점프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해외 순방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살아 숨쉬는 과학기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입법과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행복으로 이어지고, 혁신의 성과가 사회 전체의 번영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