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인력이 부족했던 원인은 윤석열정부의 ‘용산 대통령실 이전’ 영향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경비인력을 사고 현장 인근에 전혀 투입하지 않고 대통령실 인근에 집중 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당시 책임자 등 62명에 대해 징계 등 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다.
국무조정실과 경찰청, 행정안전부 등으로 이뤄진 ‘이태원 참사 합동감사 태스크포스(TF)’는 23일 경찰청과 서울시청·용산구청을 대상으로 석 달간 진행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영수 국무1차장은 브리핑에서 “경찰이 참사 당일 대통령실 인근 집회관리를 위해 경비인력을 집중 배치한 반면 이태원 일대에는 전혀 배치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지휘부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후 대통령실 인근 경비에 우선순위를 두고 인력을 운용했다는 것이다. 김 국무1차장은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참사에 영향을 줬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 책임자의 부실한 관리·감독도 확인됐다.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은 사고당일 이태원파출소에 11시5분쯤 도착했지만, 곧바로 참사 현장을 확인하지 않아 현장 지휘 공백이 생겼다. 김광호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11시26분쯤에야 참사 상황을 인지했고, 이튿날 1시19분쯤까지 경찰청장에게 상황 보고를 하지 않았다.
용산경찰서는 2020년·2021년과 달리 핼러윈데이 대비 ‘이태원 인파 관리 경비계획’도 수립하지 않았다. 대규모 인파 운집이 예상됐지만 그보다는 교통관리와 마약 등 범죄단속에 주력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 이태원파출소는 참사 발생 전 압사 위험 신고를 11건 받고도 한 차례만 출동한 뒤 시스템에 허위로 출동했다고 입력했다. 징계 등 후속 조치 과정에서 공식적인 보고서를 남기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용산구청은 초기 대응 체계를 제대로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TF는 당시 용산구청이 압사 사고 관련 전화를 받고도 방치했다고 설명했다. 또 상황실 근무자 5명 중 2명은 참사 발생 시점에 박희영 용산구청장 지시로 추정되는 전쟁기념관 인근 담벼락 전단지 제거 작업에 투입됐다. 박 구청장은 오후 10시59분쯤 참사 현장에 도착했지만, 2시간 동안 주요 결정을 하지 않았다.
TF는 퇴직자를 제외하고 참사 대응에 책임이 있는 경찰과 서울시청·용산구청 관계자 62명에 대해 징계 등 조치를, 박 구청장에 대해선 기관장 경고를 요구할 계획이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