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최대 9년 거주’ 주택임대차보호법 발의… 집주인도 세입자도 불안

입력 2025-10-16 19:02
사진=연합뉴스

임차인이 최대 9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임대차 시장 불안이 심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강화하려는 목적이지만 집주인들이 초기 보증금을 크게 올려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거나 집 내놓기를 꺼려 매물 자체가 줄어들 수 있는 탓이다.

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횟수를 기존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임대차 계약 기간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은 지난 2일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가 대표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등 범여권 국회의원 9명이 동참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현재 최대 4년(2+2년)인 임대차 기간을 최대 9년(3+3+3년)으로 확대하는 데 있다. 임대인 정보 제공 의무도 강화토록 했다. 국세·지방세 납세증명서와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를 제공해 임차인이 임대인의 재정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했고,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3개월 전 사이에도 갱신해 제시해야 한다. 임대인이 주택을 제3자에게 양도할 경우 새 임대인의 인적사항과 재정 정보를 서면으로 통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통지 후 임차인이 3개월 내 이의를 제기하면 기존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책임을 지게 된다.

보증금 상한 규제도 포함돼 있다. 보증금과 선순위 담보권, 국세·지방세 체납액을 더한 금액의 70%(제도 시행 초기 1년간은 8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해 경·공매 시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에선 제안 이유를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이 늘어 ‘전세포비아’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법의 빈틈을 악용한 전세사기 구조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정안이 오히려 임대 시장을 위축시키고, 전세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차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임대인은 애초에 초기 보증금을 높게 잡을 수 있다. 장기 임대를 꺼리면서 아예 매물을 거둬 전세 자체가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주택자들이 전월세 시장에서 공급자 역할을 해온 측면이 있는데, 페널티만 강화하면 전월세 시장이 버틸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공급이 풍부하고 임대료 상승률이 안정된 상황이면 검토해 볼 수 있지만 현재는 매물 부족과 금리 인하에 따른 월세화, 10·15 대책에 따른 전세가 상승 압력이 겹겹이 쌓여 있다”며 “부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짚었다.

개정안이 임차인에게 마냥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적잖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3+3+3년’이 되면 안 그래도 감소하는 전세 매물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3인 이상 가구 단위의 수요는 1~1.5인 소형 주택 위주인 기업형 임대로 대체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장기적으로 임대의 질은 떨어지고 임대 매물량이 줄면서 신규 계약할 때 임대료가 급등하는 가혹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