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게 없지… 원 오브 뎀” 주포들 대화가 불기소 근거 됐다

입력 2024-10-18 00:16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검찰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범들과 공모했거나 시세조종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현규 기자

검찰은 17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일당들이 “걔(김건희 여사)는 아는 게 없지” “그냥 원 오브 뎀(one of them·여러 사람 중 하나)”이라고 말한 녹취록 등을 불기소 처분 핵심 근거로 꼽았다. 일당들은 범행에 대해 김 여사와 직접 소통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는데 검찰은 이를 토대로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몰랐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김 여사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연락을 받고 주문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도 있다는 점에서 처분의 적절성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이날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면서 1차 주포(주가조작 주도자) 이모씨와 2차 주포 김모씨의 2020~2021년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들은 통화에서 김 여사를 거론하며 “권오수는 당시 건희 엄마가 필요해 건희한테 잘해주는 척했다”, “걔는 그냥 권오수가 사라고 그래 갖고, 샀다가 팔았지”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권 전 회장에게 계좌를 빌려준 사람 중 한 명일 뿐 주가조작은 몰랐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은 가장 논란이 됐던 2010년 11월 대신증권 계좌 거래도 김 여사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당시 김씨가 블랙펄인베스트 직원 민모씨에게 ‘매도하라 하셈’ 문자를 보낸 뒤 7초 만에 김 여사 명의 계좌에서 주식 8만주를 매도하는 주문이 나왔다. 거래 직후 대신증권 직원이 “다 매도됐다”고 하자 김 여사는 “알겠습니다”라고 답한다. 이에 대해 일당들의 논의가 김 여사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여사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거래에 “어떻게 이뤄졌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검찰은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 목적 매도를 요청했을 가능성’에 대해 “그 부분을 가장 고민스럽게 오래 들여다봤다”고 말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를 입증하려면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나 애들이랑 주가 만지는데 좀 팔아라. 누가 받아줄거다’라고 말한 부분이 입증돼야 하는데 그런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권 전 회장이 단순 투자 관점에서 매도를 추천했을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권 전 회장의 연락이 김 여사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검찰이 김 여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황을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김 여사가 일당과 마찰을 빚은 정황도 근거로 꼽았다. 김 여사는 권 전 회장 권유로 DS투자증권으로 보유 주식을 옮겼다. DS투자 직원은 2차 주포 김씨였는데 그는 계좌 개설 직후 김 여사 주식을 블록딜로 매매했다. 이를 알게 된 김 여사는 권 전 회장에게 항의했다. 검찰은 “김 여사가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면 물량이 필요해 한 거래에 왜 항의하겠느냐”고 설명했다.

이밖에 방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손모씨는 김씨로부터 주가 관리에 대한 사실을 들었고, 약식기소된 다른 방조범들도 ‘김씨 요청으로 매매했다’며 자백한 사실이 차이점으로 제시됐다. 검찰은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 및 다른 계좌주 60여명에 대해서도 혐의 없음 또는 불입건 결정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