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7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일당들이 “걔(김건희 여사)는 아는 게 없지” “그냥 원 오브 뎀(one of them·여러 사람 중 하나)”이라고 말한 녹취록 등을 불기소 처분 핵심 근거로 꼽았다. 일당들은 범행에 대해 김 여사와 직접 소통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는데 검찰은 이를 토대로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몰랐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김 여사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연락을 받고 주문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도 있다는 점에서 처분의 적절성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이날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면서 1차 주포(주가조작 주도자) 이모씨와 2차 주포 김모씨의 2020~2021년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들은 통화에서 김 여사를 거론하며 “권오수는 당시 건희 엄마가 필요해 건희한테 잘해주는 척했다”, “걔는 그냥 권오수가 사라고 그래 갖고, 샀다가 팔았지”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권 전 회장에게 계좌를 빌려준 사람 중 한 명일 뿐 주가조작은 몰랐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은 가장 논란이 됐던 2010년 11월 대신증권 계좌 거래도 김 여사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당시 김씨가 블랙펄인베스트 직원 민모씨에게 ‘매도하라 하셈’ 문자를 보낸 뒤 7초 만에 김 여사 명의 계좌에서 주식 8만주를 매도하는 주문이 나왔다. 거래 직후 대신증권 직원이 “다 매도됐다”고 하자 김 여사는 “알겠습니다”라고 답한다. 이에 대해 일당들의 논의가 김 여사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여사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거래에 “어떻게 이뤄졌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검찰은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 목적 매도를 요청했을 가능성’에 대해 “그 부분을 가장 고민스럽게 오래 들여다봤다”고 말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를 입증하려면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나 애들이랑 주가 만지는데 좀 팔아라. 누가 받아줄거다’라고 말한 부분이 입증돼야 하는데 그런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권 전 회장이 단순 투자 관점에서 매도를 추천했을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권 전 회장의 연락이 김 여사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검찰이 김 여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황을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김 여사가 일당과 마찰을 빚은 정황도 근거로 꼽았다. 김 여사는 권 전 회장 권유로 DS투자증권으로 보유 주식을 옮겼다. DS투자 직원은 2차 주포 김씨였는데 그는 계좌 개설 직후 김 여사 주식을 블록딜로 매매했다. 이를 알게 된 김 여사는 권 전 회장에게 항의했다. 검찰은 “김 여사가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면 물량이 필요해 한 거래에 왜 항의하겠느냐”고 설명했다.
이밖에 방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손모씨는 김씨로부터 주가 관리에 대한 사실을 들었고, 약식기소된 다른 방조범들도 ‘김씨 요청으로 매매했다’며 자백한 사실이 차이점으로 제시됐다. 검찰은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 및 다른 계좌주 60여명에 대해서도 혐의 없음 또는 불입건 결정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