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도지에 위기 상담 연락망을 안내한다.’ ‘속마음을 꺼내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임을 알려준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손잡고 ‘생명사랑센터’로 활용한다.’
자살 예방을 위해 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역할들이다. 남서호 생명사랑목회포럼 회장이 제안한 이 같은 방안은 15일 서울 동작구 총신대 주기철기념관에서 열린 포럼에서 공개됐다.
‘자살 문제 이대로 둘 것인가’를 주제로 생명의전화(이사장 임혜숙)와 생명사랑목회포럼이 함께 개최한 포럼은 자살자가 교통사고 사망자의 4배가 넘고(2023년 통계청 조사) 1030세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인 현실에서 교회 역할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기조 강연자로 나선 남 회장은 최근 위법 논란 속에 사용이 중단된 네덜란드의 ‘안락사 캡슐’을 언급하면서 “심리적 지지선이 돼주는 가정 제도가 무너지고 과도한 경쟁 사회에 내몰리는 사이 우리 사회에 생명경시 문화가 팽배해졌다”며 “교회가 생명 보존의 소명을 새기고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포럼에선 교회가 지역주민들에게 ‘생명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소개됐다. 특히 인적 자원과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리 사회에서 우울감, 고립 문제로 위기 상황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남 회장의 제안 외에도 소그룹 모임을 통해 일상 속에서 건강한 소통을 다지는 방안도 눈길을 끌었다. 김규보 총신대 상담대학원 교수는 “대화로 관계를 맺는 데 익숙한 성도들이 자살예방 교육을 이수하면 ‘게이트 키퍼’로서 충분히 활동할 수 있다”면서 유기적인 생명 안전망 구축을 위해 교회와 자살예방 전문기관 간 협력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현장에선 최근 청년세대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중독, 고립은둔 문제의 현실이 조명되기도 했다. 고립은둔 문제를 겪기 시작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고립은둔 기간은 3년 이상이 47.2%를 차지할 만큼 더 길어지는 추세라는 게 김연은 서울시사회복지관협회장의 설명이다.
핵심은 교회가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접촉점이 돼주는 것이다. 위기 청년이 성도의 소개로 교회에 왔을 때 일단 제공 가능한 지원과 위로를 전한 뒤 지역주민센터, 복지관과 협력해 복합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하상훈 생명의전화 원장은 “자살은 우리 사회 모든 문제의 귀결점”이라며 “한국교회가 우리 시대의 청년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