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프로그래밍은 직업 이전에 내겐 취미였다. 나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깊이 빠져들었다. 교수가 프로젝트를 배정해주면 되레 신바람이 났다. 나는 곧바로 프로젝트에 착수해 대부분 마감 일주일을 앞두고 마쳤다. 점수도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만점을 맞았다. 그 한 번도 답안이 틀려서 점수가 깎인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충분한 설명이 누락됐다는 이유로 20점 만점에 19점을 받은 것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보내도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한 학기가 지나가버렸다. 첫 학기는 네 과목 모두 A학점을 받았는데 그 성적은 내 학교 생활을 통틀어 처음 있었던 일이었다. 최선을 다한 결과가 그대로 성적에 반영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두뇌가 좋은 사람은 1등을 한다. 이 이야길 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상위권에는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학교 생활에서 1,2등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상위권에는 대부분 들었다. 삶은 벼락치기가 아니라 오픈북이다. 학교에서는 벼락치기가 통하지만 삶에서는 벼락치기보다 꾸준한 노력이 통한다.
자신감을 얻은 나는 보통 4학기가 소요되는 석사 학위를 3학기에 마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석사 과정을 서른 살이 지나 시작했기에 조금이라도 빨리 마치기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 좀 무리수를 두었다. 일반적으로 두 학기를 요구하는 과목은 가을 학기에 파트 1을, 봄 학기에 파트 2를 수강하도록 구성돼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수학 1을 1학기에 들으면 수학 2를 2학기에 들어야 한다. 그러나 세 학기 만에 학위를 마치기로 결심하니 졸업을 가을 학기에 하게 됨으로써 정상적으로 수업을 전부 들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나는 담당 교수님께 두 번째 학기인 봄 학기에 두 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요청했다. 교수님은 특별히 허락해주셨고 오히려 파트 1을 수강하지 않고 곧 바로 파트 2를 듣도록 도와주셨다.
공부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돈을 벌기 위해 주당 20시간씩 교수의 일을 도와주는 조교 일을 맡았다. 내가 할 일은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학사 과정에 있는 대학생들의 과제물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동시에 구직을 준비했다. 구직에 필수적인 컴퓨터 언어 중 하나인 C언어를 독학으로 배우는 것이었다. C언어는 석사 과정이 아닌 일반 학부 과정에서 배우는 과목이다. 하지만 나는 학부 과정이 컴퓨터공학이 아니라 전기공학 이었기에 C언어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 취직을 위해서는 반드시 C언어를 알아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에 나는 모든 프로그래밍 프로젝트를 C언어로 수행키로 했다. 물론 C언어는 독학해야 했다. 그래서일까. 내 성적은 첫 학기에 비해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3학기 내에 석사 학위를 마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여름학기에 한 과목을 더 들어서 나는 3학기만에 석사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정리=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