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측 국경선 차단을 위해 경의선·동해선 연결도로 폭파 준비에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9일 남북 간 통로를 끊고 요새화 조치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지 닷새 만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을 빌미로 전방 포병부대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지시하는 등 ‘대남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북한의 군사적 긴장 조성 행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군은 북한이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는 데 대응해 대북 감시경계 및 화력대기태세 강화 지침을 하달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4일 용산 국방부 브리핑에서 “(북한이) 도로에 가림막을 설치해 두고 그 뒤에서 작업하는 것이 식별되고 있다. 도로를 폭파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며 언제든 경의선·동해선 일대 남북 연결도로 폭파가 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또 “현재 북한은 국면 전환을 위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다든가 경의선·동해선에서의 보여주기식 폭파, 작은 도발 등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소규모 도발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포 사격 등이 거론된다.
군 관계자는 “위성발사체를 업그레이드하고 있고, 관련 실험에 나선 정황도 포착했다. 이른 시기에 추가 도발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북한 도발 시 우리는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히 응징할 것”이라며 “군이 ‘선 조치, 후 보고’ 하고 강력히 대응하도록 하는 훈련과 지침은 하달돼 있다”고 했다. 합참과 지상군작전사령부는 최근 긴급지휘관회의 등을 통해 대북 정찰활동 강화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은 특히 “전날 북한군 총참모부가 국경선 일대에 완전 사격 준비태세를 갖출 때에 대한 작전 예비지시 하달을 보도했다”며 “우리 군은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실제 도발 가능성에 대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전날 전시정원편제대로 완전무장한 8개 포병여단을 사격대기태세로 전환한다는 작전 예비지시를 내렸다. 북한 정예 포병여단이 보유한 240㎜ 방사포 등이 수도권을 겨냥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무인기 침투 사건으로 긴장감을 증폭 시킨 키운 북한이 남북 연결도로 차단에도 속도를 내는 것으로 봤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경의선·동해선 차단은) 기존에 해오던 작업의 일환이지만 좀 더 강력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무인기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대남 공세는 무인기 사건으로 평양 상공 방어체계가 뚫렸다는 불안감 등을 대남 적개심으로 치환해 대내 결속을 강화하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 부녀를 비방하는 전단이 평양에 직접 뿌려지면서 체제 단속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평양 무인기 사건의 주범이 대한민국 군부쓰레기들이라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핵보유국의 주권이 미국놈들이 길들인 잡종개들에 의해 침해당하였다면 똥개들을 길러낸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한·미를 싸잡아 비판했다. 다만 한국군을 주범으로 지칭하면서도 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김 부부장은 사흘 연속으로 극언을 동원한 담화를 내며 대남 위협과 비난에 열을 내고 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적들이 그러한 공개보도를 한 데에는 의도와 노리는 것이 있을 것”이라며 평양 무인기 침투 주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않는 ‘노코멘트’ 입장을 고수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최후통첩, 경고, 재발방지 담보 등을 얘기한 건 문제의 심화 확산을 바라지 않는다는 간접 메시지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박준상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