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한 임대형 창고에 보관돼 있던 현금 수십억원을 훔쳐 달아난 창고업체 관리자가 3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절도 피의자는 검거됐지만 은행 아닌 창고에 보관됐던 거액의 현금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오히려 더 커진 모습이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야간방실침입절도 등의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11일 검찰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12일 오후 7시4분부터 13일 오전 1시21분까지 약 6시간 동안 A씨의 보관함에서 캐리어 6개에 보관 중이던 5만원권 현금 뭉치 약 40억원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창고 업체 관리자인 A씨는 직원용 ‘마스터키’로 피해자 B씨의 보관함을 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캐리어 4개에 현금을 옮겨 담은 뒤 아내 명의 보관함에 캐리어를 넣어뒀다. 지난 15일 캐리어를 자신의 차량으로 옮긴 뒤 지난달 28일 경기도 부천의 한 건물 공실에 현금을 숨겼다. 이 건물은 A씨의 60대 어머니 C씨의 지인이 관리하는 건물로 파악됐다.
B씨는 지난달 26일 현금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B씨는 지인인 30대 여성 D씨에게 창고에서 현금을 가져와 달라고 했다. D씨는 현금이 있던 캐리어에 현금이 아닌 A4 용지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피해자에게 알렸다. 캐리어에는 A씨가 ‘내가 누군지 알아도 모른 척 하라’고 작성한 메모가 있었다.
경찰은 지난 2일 오후 6시46분쯤 경기도 수원 노상에서 A씨를 긴급 체포했다. 이튿날 A씨가 현금을 숨긴 경기도 부천 건물을 압수수색해 현금 39억2500만원을 발견했다. A씨가 지인에게 건넨 것으로 보이는 9200만원을 더해 총 40억1700만원을 회수했다. 다만 A씨는 경찰에 40억원가량 훔쳤다고 진술한 반면 B씨는 창고 보관함에 있던 현금 68억원이 모두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업무방해와 재물손괴 혐의도 적용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새벽 창고 보안업체에 정전 신고가 접수됐다. 보안업체 직원이 현장에 가보니 창고 출입문과 내부 복도를 비추는 CCTV 전원 코드가 분리된 상태였으며 범행 전후 시간대 CCTV 영상이 삭제돼 있었다. 경찰은 이를 B씨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