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살해되면서 중동 지역의 전운이 더욱 짙어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나스랄라 제거가 ‘역사적 전환점’이라며 헤즈볼라의 배후 이란을 겨냥해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접경지역에 지상군을 전진 배치하는 등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은 나스랄라 제거를 ‘정의로운 조치’로 평가하면서도 뒤로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휴전 제안을 뿌리치고 별다른 사전 통보 없이 나스랄라를 살해하면서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 중동 내 친이란 무장세력을 뜻하는 ‘저항의 축’ 중 맏형으로 꼽히는 헤즈볼라의 수뇌부가 붕괴됨에 따라 이란 역시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28일 대국민 연설에서 “어제 이스라엘은 최악의 살인자 나스랄라를 제거했다”며 “나스랄라가 살아 있는 한 헤즈볼라는 계속해서 힘을 회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며 “적들은 희망을 잃었고 우리는 전세를 뒤집었다. 우리는 승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공습을 지속해 이날 헤즈볼라의 또 다른 고위 인사인 나빌 카우크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직접 호명하며 “우리를 공격하는 자가 누구든 우리는 반격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이든 중동 지역 어디든 이스라엘의 긴 팔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오늘 당신들은 이 말이 옳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 명의 성명에서 “나스랄라와 헤즈볼라는 수백명의 미국인을 살해한 책임이 있다”며 “이스라엘 공습에 따른 그의 죽음은 많은 희생자를 위한 정의로운 조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진행 중인 갈등을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하는 것”이라며 확전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나스랄라 제거 작전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이란은 복수를 다짐했다.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에) 맞서기 위해 레바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를 돕는 것은 모든 무슬림의 의무”라고 선언했다. 하메네이는 5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하며 “나스랄라의 피는 복수 없이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