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무더위 속에서도 그들은 멈출 줄 모른다. 거리 예배자로, 때론 깊은 산속 기도원 골방의 기도자로, 갈 곳 없는 이들을 보듬는 선행 등으로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묵묵히 감당하는 이들이다. 일상 속에서 예배와 기도, 전도와 섬김을 실천하는 열혈 성도들을 만나봤다.
26일 오후 부산 중구 광복동. 34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서도 부산 구도심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이곳은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화려하게 꾸며진 상가와 식당이 즐비한 가운데 특별한 무대가 와닿았다.
무대 위에는 각종 인형이 행인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성인만 한 크기의 대형 인형들이 바이올린으로 ‘내가 매일 기쁘게’ ‘내 모든 삶’과 같은 CCM 곡을 연주했다. 인형 뒤에서 사람이 움직이며 별도의 음악이 나오긴 했지만 음악 장단에 맞춘 인형들의 움직임은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전신 인형극 공연에 이어 이번에는 탁상 인형들이 등장했다. 이 인형들은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했다. 경쾌한 행진곡 곡조에 맞춰 인형들이 흥겨운 동작을 선보이는 게 일품이었다. 귀여운 강아지 줄 인형들이 등장해 동요 ‘바둑이 방울’을 부르기도 했다. “딸랑 딸랑 딸랑 바둑이 방울 잘도 울린다~.” 부모와 함께 구경하던 어린이들이 함께 노래를 따라부르면서 ‘떼창’이 이뤄기기도 했다.
무대 주변에 몰려든 30~40명의 청년과 아이들은 공연이 진행되는 45분 가까이 자리를 지켰다.
대학생 이지수(28)씨는 “인형극과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은 생소하지만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며 “처음부터 기독교 관련 공연인 것은 알았지만 무대 성격이 교인만이 아닌 저 같은 일반인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부산성시화운동본부가 주최하고 홀리웨이브 연합위원회가 주관하는 ‘홀리웨이브 인 부산’ 버스킹 현장이다. 다음 달 8일 ‘일어나라 함께 가자’를 주제로 부산 해운대 백사장에서 10년 만에 열리는 해운대 성령대집회를 앞두고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이날부터 닷새간 부산 주요 도심에서 ‘버스킹 거리 예배’란 이름으로 다양한 형식의 공연과 이벤트가 이어진다.
‘세상의 중심에서 세상의 중심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노래하라’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가운데 기독선교단체들의 비공식 연합단체인 홀리웨이브는 문화적 감성이 가득 담긴 콘텐츠를 통해 청년들에게 복음을 제시한다. 비단 기독 콘텐츠만 선보이는 게 아니라 일반 콘텐츠도 곁들이면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이 주된 취지다.
행사를 총괄한 편장윤 예수전도단 부산지부 목사는 “단순히 교회에서만 예배하지 말자. 예수님을 ‘세상의 중심’에서 높여드리자는 캐치프레이즈로 시작했다”면서 “교인뿐 아니라 세상 사람들도 복음을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선교가 수월해진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현장에선 한국교계가 문화선교에 대한 이해를 한뼘 더 넓혀주길 바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형극 공연을 담당한 민들레 인형극단 임종호 기획실장은 “19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기독교 인형극이 문화 공연을 주도하면서 대중 속으로 가까이 다가간 적이 있다”면서 “지금은 정체된 지 오래다. 교계 안에서부터 문화선교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가 확장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