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 대표 연임, 일극체제 우려 불식시키고 협치 나서야

입력 2024-08-19 00:3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임에 성공했다. 민주당은 18일 전당대회를 열어 이 대표와 김민석·전현희·한준호·김병주·이언주 최고위원을 새 지도부로 선출했다. 이 대표 핵심 정책인 ‘기본사회’를 강조한 당 강령 개정안도 채택돼 사실상 ‘이재명의 민주당’이 완성된 셈이다. 이 대표 연임 성공은 일찌감치 예상됐던 바다. 그가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도전하자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란 말이 나왔고,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나서지 않으면서 사실상 이 대표 추대 대회처럼 전대가 치러졌다. 결과적으로 전대 내내 그 어떤 반전이나 의외성도 찾아볼 수 없는 김빠진 당대표 선거였다.

이제 이재명 2기 체제가 출범하게 됐지만 이 대표 앞에는 자신을 둘러싼 ‘일극체제’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과제가 놓여져 있다. 85.4%라는 압도적 득표율은 당원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걸 말해주지만, 동시에 당내 다양성이 부족하고 1인 사당화로 치닫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전대 이전부터 그를 두고 ‘민주당의 아버지’란 말이 나왔는데 전대 승리로 일극주의가 더욱 공고화될 개연성이 커졌다.

이런 분위기에선 향후 이 대표나 지도부가 잘못된 판단을 해도 감히 반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새 최고위원들도 하나같이 ‘이재명 대통령’을 외쳐온 이들이다. 전대 때 그나마 당에 쓴소리를 했던 정봉주 후보마저도 초반엔 선전하다가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을 비판한 이후 지지세가 약화돼 결국 탈락했다. 이렇듯 공당이 다양성을 잃고, 한 사람 또는 특정 세력의 의중대로만 움직인다면 정당 민주주의는 퇴행하기 십상이다. 그럴 경우 외연 확장은 고사하고, 기존 지지층에서도 등 돌리는 이들이 생길 수 있다. 이 대표와 신임 지도부는 이런 점을 경계해 당내외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바로 시정하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다양성 강화 차원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이나 당직자 임명 때 비명계를 등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이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밝힌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을 위한 민생 정치 약속도 지켜야 한다. 그러려면 윤석열 대통령이나 국민의힘과 협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 협치의 시작은 의석수만 믿고 벌여온 의회 독주를 중단하는 일이어야 한다. 지금 많은 국민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각종 특검과 청문회, 국정조사, 일방적 입법 등이 과연 먹사니즘인지 의아해하고 있다. 이 대표가 이런 것들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민심의 역풍을 부를 수 있다. 국민은 상대에게 과감히 양보하고, 민생을 위한 큰 정치를 하는 세력에 마음을 열 것이란 점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대표의 이번 연임이 여야가 민생 입법을 놓고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