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재배산지가 침수되면서 ‘수박 대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이달 초 시작된 장마에 전국 수박 하우스 물량의 대부분을 도맡고 있는 충남 논산·부여가 막대한 침수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한 통에 4만~5만원을 호가하던 지난해 여름 ‘수박 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수박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장마 이후 제철 과일 가운데 가장 피해가 큰 품목은 수박이다. 하우스 물량의 70%를 차지하는 논산과 부여는 지난주부터 내린 많은 비로 60~70% 이상이 물에 잠겼다. 한국농수산물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현재 수박 가격은 1개 2만1736원으로 전주 대비 3.5% 올랐다.
다른 과채류 가격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 참외는 지난주보다 13.9% 올랐고 토마토는 2.5% 올랐다. 수해와 일조량 부족으로 엽채류(잎줄기 채소)를 비롯한 채소 가격도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적상추(100g) 소매가격은 일주일 만에 56.3%가 올랐다. 같은 기간 깻잎 17.3% 시금치 17.5%, 풋고추 12.3%씩 가격이 올랐다.
충청지역 상추 하우스 산지의 약 70%가 침수 피해를 봤다. 깻잎은 40~50%가량 피해를 봤다. 경기지역 엽채류 산지도 일부 비 피해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매일 회의를 열고 농작물 품목별 주산지의 피해 상황과 복구 계획, 병해충 방제, 농가 현장 기술 지도 상황 등을 점검 중이다. 또 농작물재해보험 손해 평가를 빨리 마치고 재정식(재파종)을 지원해 농산물 수급을 조기에 안정시킨다는 계획이다.
대형마트는 비상 수급 관리에 들어갔다. 한 대형마트의 지난 일주일간 수박 구매 고객의 불만 접수도 전주 대비 약 20%나 늘었다. 대형마트의 수박 비파괴 당도 검사 통과율은 이달 들어 40~50% 수준에 그쳤다. 비파괴 당도 검사란 과일의 표면에 측정기를 갖다 대 당도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다른 대형마트는 2주 전부터 상대적으로 비 피해가 적은 전북 고창의 노지 물량을 확대했다. 지난주부터는 강원도 양구의 노지 재배 수박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또 다른 마트도 양구, 경북 봉화, 전북 진안·무주, 충북 단양 등 비 피해가 없는 고산지 수박 물량을 추가 매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입고된 물량에 대해 비파괴 당도 선별을 진행하고 있지만 고당도이더라도 장마철 늘어난 수분 함량을 잡아내지 못해 일부 맛이 밍밍한 상품이 섞여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