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나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말씀드리겠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마지막까지 남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했던 니키 헤일리(왼쪽 사진) 전 유엔 대사가 전당대회 이틀째인 15일(현지시간) 파이서브 포럼 연단에 등장하자 행사장에서는 환호와 야유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트럼프 지지자 일부는 헤일리 전 대사가 지난 1월 공화당 경선에서 “조 바이든과 트럼프는 미국에 똑같이 나쁘다”고 비판했던 것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헤일리 전 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에게 단합의 이름으로 전당대회에서 연설해 달라고 요청했다. 은혜로운 초대였다”며 분명한 지지 의사를 밝히자 장내에서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일어나 고개를 끄덕이며 손뼉을 쳤다. 그는 헤일리의 연설이 시작되기 30분쯤 전에 먼저 행사장에 도착해 귀빈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날 전당대회 연사 라인업은 헤일리를 포함해 한때 트럼프와 라이벌 관계였던 당내 유력 인사들로 채워졌다. 단합을 강조하며 온건파 공화당원의 이탈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헤일리는 “우리는 중대한 순간에 있다. 바이든과 단 하루라도 더 보낸다면 국가는 훨씬 더 나빠질 것”이라며 “우리는 트럼프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나는 트럼프와 항상 의견이 일치한 건 아니지만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며 “우리는 미국을 강하게 하는 것에, 민주당이 너무 좌파적이어서 우리 자유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밤 나는 이 자리에 있다”며 “통합된 공화당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헤일리는 특히 “바이든 행정부에서 매일 수천명의 (불법) 이주민이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할 계획인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이민 정책에 대한 트럼프의 비판 논리를 수용한 것이다. 헤일리는 다만 “우리는 단합된 정당이고 이를 확장해야 한다”며 중도층 유권자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헤일리의 찬사가 쏟아질 때 미소를 보였지만, 일부 발언에는 다소 심드렁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헤일리 다음 연사는 한때 ‘유력한 트럼프 대항마’로 주목받았던 론 디샌티스(오른쪽) 플로리다 주지사였다. 그도 “트럼프가 대통령이었을 때 우리나라는 존경받았다. 바이든은 이 나라를 실패하도록 했다”며 트럼프 찬사를 늘어놨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또 “트럼프는 미국을 위해 일어섰지만 (바이든 행정부에 의해) 악마화됐다. 그는 기소당하고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다”며 “우리는 그를 실망시킬 수 없고 미국을 실망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미국 우선(America First)에는 분열적일 게 없다. 우리는 트럼프를 중심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고,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신이 트럼프를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2016년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와 경쟁했었다.
로이터통신은 “당이 화합하는 모습은 대선 TV토론 이후 후보 교체 문제를 놓고 내홍에 휩싸인 민주당과 대조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헤일리의 요청이 본인을 지지해온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밀워키=전웅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