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코치 선임은 제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에게 직접 요청해 대표팀 감독 수락 조건으로 넣은 내용입니다.”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에 오른 홍명보(55) 감독이 외국인 코치 선임을 위해 15일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세간의 비판을 뒤로하고 나선 첫 공식 행보로, 외국인 코치 선임이 ‘의리 축구 방지’를 위한 것이냐는 물음에는 “대표팀 사령탑 수락 조건으로 직접 요청한 내용”이라고 답했다.
홍 감독은 이날 인천국제공항 출국 현장에서 “이번 유럽 출장의 핵심은 앞으로 2년 반 이끌 외국인 코치 선임”이라며 “축구에 대한 철학, 비전, 한국 축구에 대한 이해도 감독인 제가 직접 듣고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직접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외국인 코치 선임을 직접 제안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홍 감독의 발언은 이 이사의 브리핑 내용과는 상반된다. 이 이사는 지난 8일 감독 선임 당시 “전술적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최소 2명의 유럽인 코치를 요청했고 홍 감독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감독 선임이 일사천리로 이뤄진 탓에 이례적으로 취임식을 하기도 전에 공식 업무를 맡게 됐다. 지난 7일 홍 감독의 내정 사실이 알려진 후 이날 첫 행보를 밟기까지 열흘이 채 걸리지 않았다. 홍 감독은 “통상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업무를 시작하는데, 이번엔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유럽 출장을 먼저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치 후보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밝히지 않았으나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향할 계획이다.
홍 감독은 “그간 많은 외국인 코치가 한국에 와서 활동했으나 효율적이지 못했단 생각이 들었다”면서 “한국인 코치와의 관계 등을 제가 잘 조율해가며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지 생각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서 뛰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과의 면담 계획도 정해지지 않았다. 홍 감독은 “선수들이 프리 시즌을 치르고 있어서 만날 수 있는지는 지금 말하기 어렵다”며 “여러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감독 선임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 최근에는 박지성, 이영표, 이동국, 이천수, 조원희 등 대표팀 출신 선수들도 가세해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홍 감독은 “한국 축구를 위해 누구나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나쁘지 않다. 그런 의견들을 잘 받아서 대표팀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많은 분의 걱정은 이해하지만 제 인생의 마지막 도전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