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1분기 에너지·화학 웃고 배터리 울었다

입력 2024-04-30 02:19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이 1분기 6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아픈 손가락’ SK온은 3300억원가량의 적자를 냈다. 유가가 상승하면서 에너지, 화학 사업은 이익을 늘렸지만, 배터리 사업은 전기차 업황 부진으로 타격을 입은 결과다.

SK이노베이션은 29일 올해 1분기에 매출 18조8551억원, 영업이익 624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6.6% 급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 정제마진 개선 등으로 에너지, 화학 사업의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적자 폭이 커졌다. 지난해 4분기 186억원었던 영업손실 규모는 올해 1분기 3315억원으로 늘었다. 매출도 지난해 4분기 대비 1조395억원 감소한 1조6836억원을 기록했다. SK온이 적자만 보지 않았어도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은 1조원 가량 될 수 있었는데 SK온이 수익의 3분의 1을 까먹은 셈이다.

SK이노베이션 순차입금도 SK온 관련 투자 등으로 인해 지난해 말 3조79억원에서 18조5744억원으로 6배 이상 급증했다.

SK온의 부진은 전기차 시장 정체가 핵심 원인이다. 전기차가 안 팔리니 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셀의 판매량도 덩달아 줄었다. 배터리 광물 가격의 하락으로 이와 연동된 셀 판매 가격도 하락해 매출 규모가 줄었다. 고금리 상황까지 겹쳐 전기차 수요는 더 위축됐고 SK온의 차입 비용 부담도 커졌다. SK온은 지난해 말 이런 상황을 반영해 올해 목표에 대한 표현을 ‘분기 영업이익 흑자 달성’에서 ‘손익분기점(BEP) 달성’으로 바꿨다.

SK온은 글로벌 생산거점 증설 시점을 조절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현재 운영 중인 공장 운영을 최적화해 제품 출하량을 점진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SK온 측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하반기 SK온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 ‘아이오닉5 페이스리프트’ 등 신차가 출시되면서 단기 수요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