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조성하던 복합타운을 선양시 자회사에 매각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야심차게 중국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선양 롯데타운(조감도) 공사는 8년간 중단됐었다.
롯데가 지난해 12월 선양시 황고구 자회사인 선양황고성신발전치업유한공사와 복합타운 매각을 위한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 25일 업계에 뒤늦게 알려졌다. 매각 금액은 양사가 비공개하기로 협의했지만 23억8000만 위안(약 4503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가 복합단지 조성에 투자한 금액은 총 1조 2000억원이다. 현재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는 롯데가 선양에 잠실 롯데월타워처럼 백화점과 테마파크·아파트·호텔 등을 갖춘 대규모 복합단지를 지으려던 계획이다. 신동빈 회장이 애착을 가졌던 사업으로 알려졌다. 계획했던 규모는 연면적 145만㎡에 달한다. 2008년 시작돼 2019년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2016년 12월 공사가 멈췄다.
2019년 4월 중국 당국이 공사 재개를 허용했지만 롯데가 재개를 미루는 사이 코로나19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롯데 결국 사업을 중단하고 매각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한때 롯데는 중국에서 유통·식품 등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펼쳤다. 중국 내 롯데마트와 슈퍼 매장은 112곳, 백화점은 5곳에 달했다. 롯데컬처웍스가 12개의 극장을 운영하고 롯데홈쇼핑은 5개 지역 TV홈쇼핑 사업을 벌였다.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 등도 생산 공장을 가동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한한령에 따라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롯데의 사업들은 철수 수순을 밟았다. 롯데마트는 2018년 중국에 있는 모든 매장을 매각했고, 식품제조업은 2019년 정리했다. 유통매장은 청두 백화점 1곳이 유일하게 남아있는데 이마저도 매각 절차가 진행중이다. 청두는 롯데가 선양처럼 부동산 복합개발을 추진했던 곳이다.
롯데는 중국 대신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려 해외사업을 키우는 중이다. 현재 롯데마트는 인도네시아에서 48곳, 베트남에서 16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4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지난해 9월엔 베트남 하노이에 연면적 35만4000㎡ 규모의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열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