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벼르는 범야권 강성론자 대거 당선… 檢, 다시 ‘위기’ 오나

입력 2024-04-12 04:03

검찰 개혁을 공약한 범야권이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22대 국회에서 검찰 제도가 다시 수술대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모두 검찰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를 공언했다. 검찰 안팎에선 검찰 조직이 존폐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지된다.

민주당의 광주 광산갑 박균택 당선인은 11일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검찰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근거를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주고검장을 지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 변호인단에 합류해 ‘친명 호위무사’로 불렸다. 같은 당 전북 전주을 이성윤 당선인도 당선 확정 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찰 개혁을 이루겠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이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한 대표적 ‘반윤 검사’로 꼽힌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감찰을 주도한 박은정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21대 국회에서 검찰 개혁 입법을 주도한 김승원·김용민·민형배 민주당 의원도 재선에 성공했다. ‘강성 검찰 개혁론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경기 하남갑에서 당선됐다.

민주당의 검찰 개혁은 2021년 1월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같은 달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2022년 9월 시행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대표적이다.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사라졌고, 검찰 직접 수사는 2대 범죄(경제·부패)만 할 수 있도록 축소됐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으로 직접 수사 범위를 일부 확대했다. 민주당은 검찰 개혁이 ‘미완의 과제’로 남았고, 검찰에서 수사권을 완전히 떼어내는 것을 개혁의 종착지로 본다. 조국혁신당은 검찰청을 해체해 ‘기소청’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야권은 또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특검을 재추진하며 검찰 압박에 나설 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김 여사 조사 가능성에 대해 “(조사에) 대상이나 방식의 제한 없이 실체 규명에 필요하다면 그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여파로 수사 지연 등 문제가 가중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개혁이 수사 현장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판사가 재판 심리를 해야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것처럼 검사도 수사해야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공수처 말고 또 다른 수사청을 만든다는 것도 검찰 권한을 없애자는 것 말고 다른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권을 여러 기관에 분산하면 그간 유지된 저비용·고효율의 사법 시스템이 붕괴해 수사 지연을 야기할 것”이라면서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