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조백건 평촌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 지난 11월 말, 100년 만의 더위라는 보도가 연이었다. 평년 같으면 영하의 추위가 찾아왔을 초겨울이지만 올해는 20도를 웃도는 따뜻한 날이 많았던 탓이다. 변덕스러운 요즘 날씨를 탓하지 않더라도 계절을 구분하는 시기는 최근 들어 특히 모호하다. 24절기로는 입동부터 겨울이라 하겠지만 입동인 11월 초는 가을이 정점일 때다. 실제 서양에서는 대설까지를 가을로 보는 편이지만 많은 눈이 내린다는 이름의 ‘대설(大雪)’부터는 누구도 계절이 겨울에 들어섰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겨울은 성장 위한 계절 준비하는 때= 겨울의 앙상한 나뭇가지 속에는 다가올 봄이 숨어 있다. 식물은 겨우내 뿌리와 열매에 기운을 모아 찾아올 봄에 새싹과 꽃을 띄울 준비를 한다. 동물들도 겨울을 나기 위해 살을 찌우고 겨울잠을 자면서 봄을 기다린다. 삼라만상의 모든 동식물이 양기를 깊은 곳에 품고 겨울을 난다. 겨우내 꼭꼭 숨겨있던 양기는 봄이면 거짓말처럼 새싹으로, 꽃으로 피어나고 동물들은 새끼를 낳고 덩치가 커진다. 사람도 이러한 자연의 흐름에 순응해야 건강한 겨울을 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 겨울은 다음에 맞을 성장의 계절, 봄을 준비하는 중요한 때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겨울을 건강하게 잘 보내면 봄에 눈에 띄게 쑥쑥 자라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겨울 나기와 성장의 비밀은 ‘신장(腎臟)’= 겨울에 양기를 잘 응축하기 위해서는 신장(腎臟)의 기운을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신장은 비뇨생식기능은 물론 근골격계 성장 발달, 두뇌 발달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신장의 기능을 도와주면 뼈가 튼튼히 자라고 두뇌 발달까지 도울 수 있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 크게 키운다고 잘 먹이는 것에 열성이다. 그런데 편식도 안하고 잘 먹는데 키가 잘 자라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신장이 허약해 음식을 많이 먹어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장은 음식물로부터 받은 정기(精氣)를 내 것으로 만들고 뼈와 근육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신장이 허약하면 많이 먹어도 키가 자라기 힘들다. 겨울에 추위에 기운이 상하거나 반대로 너무 따뜻하게 보내서 기운이 허해지면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너무 덥지 않게 키우는 겨울 돌보기= 동의보감에서는 “겨울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야 한다. 추운 기를 피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심한 운동으로 땀을 흘리는 것은 양기를 빼앗기는 것이므로 피해야 한다”며 겨울의 기본적인 양생법을 말해왔다. 동의보감 소아 편에서는 덥게 키우는 것도 조심하라고 말했는데 특히 “옷을 두껍게 입혀 너무 따뜻하면 피부와 혈맥을 상해 피부병이 생기고 근골이 연약해져 쉽게 질병이 생긴다”고 했으며 “날씨가 따뜻할 때 햇빛을 보게 하면 기혈이 강해져 풍한을 견딜 수 있고 질병이 생기지 않는다” 했다. 겨울철에 일광욕을 하면 비타민 D가 합성돼 몸에 좋을 뿐 아니라 감기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일본에서는 눈 쌓인 거리에서도 반바지 차림인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처럼 아이들은 겨울에 조금은 춥게 키우는 것이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깥 온도와 너무 차이 나는 높고 건조한 실내는 아이의 겨울 건강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자.
◇성장부터 온가족 겨울건강 챙기는 ‘산수유’= 신장을 보하는 겨울 음식으로는 산수유를 권한다. 특히 따뜻한 성질을 가진 산수유는 간과 신장을 보호하고 몸을 단단하게 한다. 산수유의 신맛은 근육의 수축력을 높여주고 방광의 조절 능력을 향상시켜 아이들의 야뇨증에도 도움이 된다. 차로 마시기도 좋은데 과육만 발라내 말린 산수유 150g 정도에 물 10ℓ를 붓고 은근히 끓여 물이 1/3로 줄어들면 마시기 적당하다. 산수유는 신장을 보해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비타민 D도 풍부해 칼슘의 흡수와 뼈의 형성을 직접적으로 도와주기도 한다. 올 겨울 진한 산수유차로 아빠에게는 정기를, 엄마에게는 붓기 없는 날씬함을, 아이들에게는 봄에 피어날 성장 씨앗을 선물해보자.
대설(大雪), 겨울다운 겨울이 아이 키도 키운다
입력 2011-12-07 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