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심내막염’ 조기수술, 세계치료법으로 주목

입력 2011-11-18 08:57

서울아산병원 강덕현 교수 한국인 의사 최초, 美미국심장협회서 세계적 임상연구결과로 선정

[쿠키 건강]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률이 100%에 달하고 심각한 합병증과 후유증이 동반되는 ‘심내막염’에 대한 조기 수술이 기존 치료법보다 합병증을 크게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국내 연구진이 제시한 이 성과는 심내막염 환자의 수실시기를 결정하는 세계적인 치료 지침을 새롭게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강덕현 교수(사진) 한국시간으로 지난 17일 미국 올랜도에서 개최된 미국심장협회(AHA) 학술대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아 “심내막염 환자의 치료 지침이 기존 ‘항생제 투여와 증상 치료’에서 진단 후 48시간 안에 수술을 해야 하는 ‘조기 적극 수술’로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심장 분야 전세계 의학자들의 최대 모임인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대한민국 의학자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적인 임상연구(Late Breaking Clinical Trial Report)에 선정됐으며, 올해 선정된 연구발표 중 아시아권에서 유일했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심내막염은 혈관을 따라 돌던 세균이나 곰팡이 같은 미생물이 적절히 제거되지 못하고 손상된 심장에 달라붙어 감염을 일으켜 발생하는 질환이다. 심장 판막에 쉽게 염증을 일으켜 세균 덩어리와 혈전(핏덩어리)을 형성하고 심부전, 색전증 등을 유발해 높은 사망률과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특히 혈전(핏덩어리)에 의해 혈관이 막히는 색전증은 특정 장기의 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비롯한 심근경색증, 대동맥류 등을 발생시키며, 심내막염으로 인한 가장 큰 사망원인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세균이 혈액 속으로 유입될 수 있으나 대부분 곧바로 제거돼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심장판막에 이상이 있는 경우 세균이 쉽게 달라붙어 심내막염을 유발할 수 있다.(사진=심장초음파 검사에서 나타난 심내막염-세균과 핏덩어리가 뭉쳐져 있는 모습, 노란화살표)



이번 강덕현 교수의 연구성과 발표 이전까지 심내막염의 일반적인 치료법은 4주 내외의 항생제 주사를 통해 원인이 되는 세균을 제거하고, 이후 상황에 따라 수술을 하는 방법이 대표적이었다. 조기 수술은 감염된 심장조직에 더 큰 부담을 준다는 생각에 거의 시행되지 않았고, 실제 치료방향은 의료진의 개인적 판단에 의해 결정돼 왔다.

하지만 강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심내막염 환자는 진단 후 48시간 이내에 조기 수술을 해야 뇌경색 등의 합병증 발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내막염 합병증 발생률 조기수술은 2.7%, 표준치료는 28.2%

강덕현 교수팀은 지난 2006년부터 최근(2011년)까지 진료를 받은 심내막염 호나자 76명을 대상으로 치효 후 환자의 상태를 조사했다. 이 중 37명은 강 교수팀의 새로운 치료법대로 48시간 안에 조기수술을 시행했고, 나머지 39명은 기존처럼 항생제 투여 후 상황에 따라 수술을 실시했다.

그 결과 조기에 적극적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의 합병증 발생률은 37명 중 1명으로 2.7%에 불과했지만, 표준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39명 중 11명에게 뇌경색, 동맥협착 등의 합병증이 발생해 28.2%의 높은 합병증 발병률을 보였다.

특히 조기수술의 경우 뇌손상을 유발해 신경마비와 언어장애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하는 뇌졸중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나, 기존 치료 지침대로 시행한 환자군에서는 5명의 환자에게 뇌경색이 발병했다.

연구팀은 심내막염 발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색전증의 발생률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에 조기 수술이 더욱 중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강덕현 교수는 “4주 내외로 항생제를 맞고 세균을 조절하는 시간동안 오히려 판막의 기능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혈전이 혈액을 돌아다니며 혈관을 막는 색전증으로 인해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한다”며 “색전증의 65%가 뇌혈관을 침범하고 결과적으로 전체 심내막염 환자의 20∼40%에서 뇌경색으로 인한 사망 및 장애가 동반되므로, 최선의 치료를 위해서는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과 서울아산병원 측에 따르면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미국은 물론 유럽 심장확 분야 석학들이 매우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심내막염 조기 수술에 대한 문의와 함께 이번 치료결과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심내막염 치료 기준을 새롭게 정립한 내용으로, 심내막염 환자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치료지침이 기존 ‘항생제 투여 후 관찰’에서 ‘조기 적극 수술’로 바뀌어야 된다”며 “심내막염을 감기와 혼동하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심장판막증이 있는 환자들은 7일 이상 치료해도 고열, 오한 등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심내막염을 의심하고 정확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