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급증, 예방과 초기 치료 중요해
[쿠키 건강] “어머, 왜 전화기가 냉장고에 있지?” “현관문 비밀번호가 뭐였지?” “핸드폰을 어디다 뒀더라?” 양천구에 사는 60대 이모씨는 이런 증상이 몇 달째 반복되자 혹시 치매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치매는 중년 이후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지만 막상 초기에 정확한 검사를 받거나 병원을 찾는 이는 드물다.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신경과 정지향 과장은 “잊어버리는 정도가 심해 일상생활에 장애가 생길 때는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노령화로 치매환자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초기에 치료를 받으면 치매의 악화속도를 늦출 수 있고 일정부분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정도의 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46만9000여 명으로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환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노령화로 치매 노인 수는 더욱 빠르게 늘어 2020년 75만 명, 2030년 113만5000명, 2050년 212만7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치매를 알리는 위험신호와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건망증 VS 기억장애 VS 치매의 차이
무언가를 자주 잊어버릴 때 ‘건망증’이란 말을 한다. 건망증은 의학적 증상은 아니며 뇌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할 때 일시적인 과부하가 걸려 무의식적으로 수행한 일이 뇌에 저장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잊어버리기는 하지만 건강한 상태다.
반면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만큼 심하게 기억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기억장애(amnesia)라고 한다. 특히 다른 사람들 대부분이 기억하는 일을 본인만 기억하지 못할 경우 건망증보다는 기억장애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건망증과 기억장애의 감별진단은 ‘신경인지검사’를 통해 나이와 학력을 고려한 평가기준에서 기억력이 떨어져 있는지를 확인해 진단한다. 신경인지검사 상에서 기억장애가 있는 경우 뇌의 변화가 동반돼 있는 경우가 많다.
치매는 기억장애 외에 다른 인지기능장애(시공간파악능력장애, 판단력장애, 언어장애, 계산장애 등)를 동반해 혼자 스스로 돌볼 수 없을 때를 말한다. 즉 치매인 경우에는 기억장애환자 보다 더 광범위한 범위에 뇌손상의 변화가 동반돼 있을 가능성이 많다.
◇치매 알리는 4가지 경고, 이것만은 꼭 기억해야
치매를 알리는 경고 중 첫 번째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최근 기억의 장애로 대화 도중에 했던 말을 잊어버리고 같은 질문을 반복해 묻는 증상이다. 이런 횟수가 잦고 다시 기억해내는 일이 거의 없으며 본인이 질문한 사실을 잊고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 한다.
두 번째는 평소에 익숙하게 사용했던 세탁기, 전화기, 가스레인지 등의 사용법을 모르며 짠맛, 단맛 등 음식의 맛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추론적 사고나 판단력에 문제가 발생한다. 치매 환자는 계산 자체와 그것이 무엇을 하는 데 필요한 것인지를 완전히 잊어버린다.
마지막 경고는 본인이 방금 전에 했던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심지어 금방 가지고 있던 물건을 엉뚱한 자리에 두고 어디다 두었는지 못 찾는다. 즉 전화기를 냉장고에, 손목시계를 반찬통에 두는 행동인데 다시 그 물건을 놔둔 장소에서 그 물건을 찾아도 본인이 그곳에 놔뒀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4가지 증상 중 두 가지 이상이 동반될 경우 가까운 치매관련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을 해야 한다.
◇치매, 주 3회 운동하고 사회활동 늘려야
정지향 과장은 “왕성한 사회생활과 건강한 생활습관은 치매 예방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1주일에 3회 이상 30분 이상 운동하는 사람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치매발병률이 1/3으로 준다. 지속적인 운동습관이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외국의 여러 연구를 통해 의학적으로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지기능이 저하된 노인의 경우에는 노인대학이나 복지회관, 종교 활동 등 다양한 사교활동을 하는 것이 대뇌활동과 사회활동을 통한 뇌인지기능을 유지하거나 높이는데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Tip. 치매 예방을 위한 구호! “진인사대천명”]
진땀나게 운동하고, 인정사정없이 담배 끊고, 사회활동 열심히 하고, 대뇌활동 열심히 하고, 천박하게 술 많이 마시지 말고, 명이 긴 식사를 하자.(대한치매학회 치매예방캠페인 슬로건)
-규칙적인 운동은 치매에 걸릴 확률을 1/3로 줄인다. 일주일에 3번 이상, 30분 이상해야 하며 환절기 체온변화가 심한 새벽과 저녁은 피하고 꾸준히 즐겁게 하는 것이 좋다.
-흡연자라면 반드시 담배를 끊어야 한다. 흡연의 유해성분, 니코틴은 뇌혈관을 수축시켜 뇌의 혈액순환을 막는다. 담배를 피우면 치매 발생률이 2.5배, 매일 한 갑씩 피운다면 3배 높아진다.
-왕성한 사회활동으로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줄이자. 인간에게 최고의 스트레스는 외로움이다. 매일 누군가와 한번 이상 만나서 이야기 하면 치매 발생률이 절반으로 감소한다. 노인대학, 노인정, 복지관 등을 이용해 사회 활동을 하고 가족들과 일주일에 3번 이상 전화하자.
-많이 웃자. 웃으면 뇌가 즐거워지고 웃는 것은 운동과 같은 효과를 줄뿐만 아니라 우울증도 예방해준다.
-뇌를 많이 쓰자. 뇌를 쓰지 않을 경우 치매에 걸릴 확률이 4배 이상 증가한다. 책이나 신문읽기, 바둑, 장기, 고스톱 등 좋아하는 대뇌 활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천박하게 술을 많이 마시지 말자. 과음하면 치매 위험도가 7배나 높아지며 과음이나 습관적인 음주는 뇌세포를 파괴해 기억력을 저하시킨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 견과류, 등푸른 생선과 김 및 해초류를 많이 먹자. 하루에 6잔 이상 물을 먹는 등 수분 섭취도 충분히 하고 콜레스테롤이 많은 오징어, 새우, 달걀노른자, 기름기 많은 고기는 피하자. 비타민복용(B1,B12,엽산) 등도 도움이 된다. 아침식사는 꼭 해야 하며 식사는 천천히 씹어 먹고 고혈압이 있는 경우 약간 싱겁게 먹는 것이 좋다. 나이를 먹으면서 여러 가지 약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꼭 필요한 약만 먹는 것이 좋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생활병을 주의하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은 뇌졸중에 의한 혈관성 치매를 야기하며 알츠하이머병도 악화시킨다. 정기검진을 통해 몸 상태를 꼭 체크해야 한다.
-뇌손상을 피해야 한다. 두뇌손상도 치매의 위험 요인 중 하나로 노인의 경우 운동능력이 저하돼 넘어지기 쉽다. 넘어져서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고 특히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앉았다 일어날 때, 계단 및 화장실 이용 시 주의해야 한다.
-여가활동을 열심히 하자. 집에서 마당 가꾸기, 원예, 뜨개질하기, 집 청소하기, 요리하기 등도 치매 위험률을 40% 낮춘다. 연극, 영화, 전시관람, 박물관 관람, 여행도 열심히 하자.
“9월21일은 치매극복의 날!” 음주 줄이고 운동 늘려야
입력 2011-09-20 1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