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 하루에도 서너번씩 샤워를 하게 된다. 이로 인해 욕실에는 항상 물이 고여 있고 욕실바닥은 평소보다 더욱 미끄러운 상태다. 화장실 뿐 아니라 잦은 샤워와 땀으로 인해 집안 곳곳에 물기가 있어 미끄럼 사고가 발생 할 수 있다.
소비자 보호원에 따르면 고령자 안전사고의 절반이 가정 내에서 나타나며, 특히 화장실이나 계단 등에서 넘어지거나 미끄러져 다치는 사고가 50%로 가장 많았다. 어린이 안전사고 역시 집안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며, 미끄러짐이 원인인 경우가 10.7%로 조사됐다.
물기가 남아있는 욕실 바닥은 매우 미끄럽다. 특히 잦은 샤워로 바닥에 물때가 끼어 평소보다 더 미끄러운 상태이기 쉽다. 미처 제거하지 못한 비눗기와 욕실에서 많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슬리퍼도 원인이다. 미끄럼 사고는 비교적 가벼운 찰과상, 타박상을 입는 정도에 그치기도 하지만 때로는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평소 골다공증을 앓고 있다면 척추 뼈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릴 위험도 크다. 넘어질 때 손으로 바닥을 짚으면서 손목골절상도 많이 나타난다. 미끄러지면서 욕조나 세면대 등에 머리를 부딪치고 의식을 잃으면 생명의 위험도 따를 수도 있다.
유비스병원 이성호 병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미끄럼 사고는 겨울철 야외 빙판길에 많이 나타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욕실 등 가정 내 사고와 여름철 물놀이 시설 등에서의 미끄럼 사고도 많이 나타나는 만큼 일상생활에서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골다공증 환자, 척추압박골절 조심해야
욕실에서 미끄러져 낙상할 경우 손목골절, 허리염좌, 척추 압박골절 등의 부상이 나타날 수 있다. 손목골절의 경우 넘어질 때 반사적으로 손으로 바닥을 집는데 이때 체중이 손목에 실리면서 생기게 된다. 전체 골절의 1/6에 해당할 정도로 흔하다.
허리염좌는 근육이 경직된 상태나 몸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리근육과 인대 등이 과도한 힘을 받게 돼 미세한 파열이 나타나 염증과 통증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허리 근육이 약한 경우 자주 재발되고 만성적인 통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폐경기 여성이나 노인 등 뼈가 약하거나 골다공증 환자의 경우 척추압박골절이 나타날 수 있다. 척추압박골절은 외부의 강한 힘에 의해 척추모양이 납작해진 것처럼 변형되는 골절로 서로 간격을 유지하며 맞물려 있어야 할 척추뼈가 납작하게 내려앉은 것으로 일반적인 골절과는 형태가 좀 다르다. 척추뼈가 여러 조각이 나고 납작해진다.
특히 경추(목뼈)에 압박골절이 오면 음식을 삼키기 어렵고, 척추 안의 공간을 따라 내려오는 신경인 척수도 손상될 우려가 있다. 심하게 엉덩방아를 찧어서 척추에 과다한 힘을 받을 경우, 위에서 떨어지는 무거운 물체에 맞거나 다이빙 하듯 바닥에 부딪혔을 때 주로 발생한다. 하지만 뼈가 약한 노인이나, 폐경기이후 골밀도가 급속도로 감소한 여성의 경우는 골다공증으로 인해 작은 충격에도 척추압박골절이 나타나기 쉽다.
더불어 흡연이나 음주를 과도하게 하는 사람, 장기간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는 사람도 욕실 낙상 시 척추압박골절을 조심해야 한다. 흡연이나 음주를 과도하게 하는 사람은 골다공증 위험군에 속하며, 스테로이드 성분은 칼슘을 흡수해 뼈를 만드는 세포의 작용을 억제해 골밀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척추압박골절은 방치할 경우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누워서 안정을 취하면 통증이 가라앉아 본인이나 가족들까지 가벼운 외상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이성호 병원장은 “척추압박골절을 그대로 방치하면 걷지 못할 정도의 통증이 오거나 심한 경우 하체가 마비될 수도 있다. 또 허리가 앞으로 굽는 척추후만증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허리가 심하게 굽으면서 엉덩이는 뒤로 빠져 나타나는 ‘꼬부랑할머니’ 증상이 척추후만증의 대표적인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척추압박골절 뿐 아니라 낙상사고로 인한 부상은 방치할 경우 관절염으로 진행되거나 관절 변형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간단한 응급처치만으로 급성 통증이 가라앉았다고 방심하면, 병을 키우기 십상이다. 간단한 깁스로 치료될 수 있는 상태를 수술로 해결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인 골절 사고는 자칫 사망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도록 한다.
◇여름철 욕실 사고 예방법
욕실 미끄럼 사고는 사용태도와 환경을 조금만 개선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첫째, 부상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욕실 바닥의 물기나 비누, 샴푸 등의 세제는 사용 후 꼭 제거한다. 바닥 타일이나 슬리퍼는 미끄럼 방지 효과가 있는 제품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욕실이 어두우면 물건에 걸려 넘어질 수 있으므로 이용 시에는 반드시 불을 켜고, 욕실 안 물건 정리를 평소 잘 해두도록 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있는 경우 욕실 안에 봉 형태의 긴 손잡이를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평소 골다공증을 꾸준히 관리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충분한 칼슘 및 비타민 D를 섭취하는 균형적인 식단을 유지한다. 칼슘은 물에 녹지 않아 몸에 잘 흡수 되지 않는다. 대소변으로 배출 되거나 장이나 혈관에 침착되기도 하며, 소화력이 약한 경우 소화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칼슘제를 복용해도 효과가 적다. 따라서 식품의 형태로 복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우유와 유제품, 뼈째 먹는 생선류(멸치, 뱅어포, 미꾸라지 등), 콩류, 해조류, 곡류, 녹색채소류 등이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카페인이 많이 든 음료와 커피는 칼슘 흡수를 방해하므로 절제하도록 한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간 손상은 칼슘 흡수에 관여하는 비타민 D 대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피하도록 한다.
셋째,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운동을 통해 뼈에 자극을 가하면 뼈를 만드는 세포가 활성화돼 뼈가 단단해진다. 운동하는 사람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장애물에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에 낙상으로 인한 부상 위험이 낮아진다. 예방을 위해 평형감각과 하지 균형기능을 증가하는 운동이 도움 된다. 자전거타기, 수영, 걷기 등을 통해 지구력을 강화하고 두 팔로 벽 밀기 등 근력운동도 좋다. 운동은 보통 주 3회 이상 30분 정도 실시하는 것이 좋으며 몸에서 운동으로 인한 저항이 느껴지거나 약간 불편할 때까지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넷째,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를 받도록 한다. 골절이 되기 전 자신의 뼈가 얼마나 약한지 미리 알아 예방조치를 하루빨리 취할 수 있다. 50대 이상의 고령자나 폐경 이후 여성은 급속도로 뼈가 약해지기 때문에 병원을 방문해 골밀도를 측정해보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여름, 욕실 바닥이 위험하다
입력 2011-07-22 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