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릴 수 있는 중증외상환자 사망률 미국, 일본의 3배 수준”

입력 2011-06-14 06:59
[쿠키 건강] 지난해 1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석해균 선장이 소말리아 해적이 쏜 총에 맞아 생사를 넘나드는 중증외상을 입었다. 사고로 의식을 잃어가던 석 선장은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 이국종 교수팀의 치료로 현재는 완치에 가까운 회복을 보이는 상태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중증외상환자 치료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09년 6월 해운대백병원의 오픈과 함께 중증외상센터를 개설한 인제대 백중앙의료원 측은 매년 중증외상환자가 10만명씩 발생하지만 절반 이상이 사망하고 있다며 국내 중증외상환자 치료체계의 즉각적인 개선을 역설하고 있다.

◇중상환자 사망률 미국, 일본의 3배 이상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서길준 교수(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는 11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인제대 백중앙의료원이 개최한 ‘중증외상환자 살릴 수 있다’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2010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살릴 수 있었던 중증외상환자의 34.9%가 사망했다”며 “이는 미국 등 선진국이 5%, 일본이 10% 수준인 것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높은 사망률은 이송체계, 외상환자의 분류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와 외상전문의와 헬기전담의사, 고급응급구조사 등 의료진이 부족한 현실에 기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2009년부터 대한외과학회는 외상외과 세부전문의를 배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지역 응급의료센터의 24%만이 24시간 외상환자를 볼 수 있고 중증외상환자의 3% 만이 적절한 처치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조기 처치가 생존의 관건

중증외상환자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능한 빨리 적절한 의료진의 처치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곽홍 자문교수는 “중증외상환자 100명 중 55명은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1시간 이내에 사망하고 4시간 이내에는 20명, 7시간 이내에는 15명, 12시간 이내에는 10명이 사망한다”며 “이 때문에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잘 갖추어진 중증외상센터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고수준의 중증외상센터를 뜻하는 ‘1급 중증외상센터’에는 신경외과, 정형외과, 일반외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고 있어야 하고 흉부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전문의가 필요시 30분 이내에 환자를 진료할 수 있어야 한다. 마취과 전문의도 24시간 상주해야 한다.

국내에는 부산대병원에는 1곳에만 외상센터가 지정돼 있고 이마저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최근에 와서야 외상센터 만들기로 했다.

◇2012년까지 응급의료과 6000억 예산 배정

시설도 시설이지만 국내에는 중증외상환자를 처치할 수 있는 응급의학전문의마저도 부족한 상태다. 전국 93개시군에는 응급의학과전문의가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중증외상환자의 예비입원병상, 어린이 응급실이 부족하다. 또 응급환자를 많이 진료하면 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의료수가체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복지부 허영주 응급의료과장는 “지난해 복지부 내에서 응급의료과가 새롭게 생긴 것을 시작으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6000억의 예산이 응급의료 전반의 개선을 위해 투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권역 ‘중증외상센터’를 20개소 내외로 지정해 운영할 계획이다. 연말이나 내년 초에 20개 병원을 공모를 통해 선발할 예정이며 이들 병원에는 사망자를 나르는 수준의 ‘소방헬기’가 아니라 환자 처치가 가능한 ‘닥터헬리’와 ‘닥터엠뷸런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