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 골프 라운딩시 근육 긴장돼 다리 혈액순환에 지장 오면서 생겨… 걷거나 스트레칭 필요
[쿠키 건강] 철쭉꽃이 고개를 내미는 완연한 봄이 되면서 골프 라운딩 시즌에 본격 접어들었다. 요즘엔 5월 중순만 돼도 지열이 오르고, 필드의 잔디도 한층 무성해져 골프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여성 골퍼들은 짧은 치마에 늘씬한 각선미를 뽐내며 뭇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여성골퍼 가운데는 멋진 각선미에도 불구하고 치마 입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무릎 뒤 오금 등에 검붉은 핏줄이 돋아나거나 모세혈관이 거미줄같이 확장돼 ‘징그럽게’ 보이기 때문. 대체로 자녀를 2~3명 이상 출산한 여성 가운데는 이 같은 하지정맥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골프를 즐기는 A(53·여)씨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골프 칠 때 치마를 즐겨 입어왔던 A씨는 언제부터인가 정맥류가 생긴 다리에 신경이 쓰이면서 치마 대신 바지를 입는 경우가 잦아졌다. A씨에게 처음 정맥류가 생긴 것은 20년 전 셋째 아이를 낳은 후로, 처음에는 허벅지와 무릎 뒤쪽에 가느다란 실핏줄들이 돋아나더니 해가 가면서 점점 굵어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볼펜 굵기의 핏줄이 돋아나고 가끔 다리가 저리는 증상도 생겼다. A씨는 여름이 오기 전에 정맥류를 치료하기로 결심하고 전문병원을 찾아 혈관경화요법과 혈관냉동치료를 받았다.
◇카트만 타지 말고 걸으면서 골프 즐겨야
골프는 근력과 지구력을 키워주는 운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대중적인 운동이 됐다. 다른 구기운동과 달리 부상위험이 크지 않고 틈틈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어 사교 목적으로도 널리 활용된다. 그러나 다리의 혈관이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 질환이 있는 사람은 골프를 칠 때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의 피를 심장으로 올리고 역류하지 못하게 하는 정맥의 판막에 이상이 생겨 혈액이 잘 순환하지 못하고 혈관에 고이면서 문제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정맥은 동맥보다 혈압이 낮아 혈류의 속도가 느린데다가 중력을 거슬러서 흐른다. 이 때문에 장시간 무리한 골프를 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드라이버 샷을 할 때는 장타를 치기 위해 힘을 집중하고 체중을 이동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 이때 다리근육의 긴장도가 올라가 근육이 혈관을 조임으로써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필드에서는 가급적 카트를 타기보다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 혈액순환과 하지정맥류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필드가 아닌 연습장에서는 자리를 이동하지 않고 주로 서서 연습을 한다. 이때 잔뜩 힘을 들여 무리하게 연습을 하면 다리혈관의 노화속도가 빨라져 하지정맥류 증상을 촉진할 수 있다. 따라서 중간중간 타석 바깥으로 나가 걷거나, 앉았다 일어서기 등을 반복하며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하지정맥류가 있는 사람은 골프 말고도 과도한 등산이나 달리기, 마라톤과 같은 운동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맥류 전문 연세에스병원(구 연세SK병원) 심영기 원장은 “일반적으로 유산소운동은 종아리 근육을 이완·수축시켜 발끝의 혈액을 심장 쪽으로 밀어 올려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정맥 혈액이 역류해 고이는 증상이 있는 하지정맥류 환자는 역류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운동 후 스트레칭과 함께 정맥류가 있는 부위를 전체적으로 잘 마사지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상에 따라 복합적으로 치료해야 재발 예방할 수 있어
하지정맥류는 다리가 붓고 저리는 등의 증상 외에는 극심한 통증이 없다. 때문에 치료를 미루거나 방치하는 환자들이 많다. 그러나 진행성 질환이어서 시간이 지나면서 튀어나오는 혈관의 크기가 굵어질 뿐 아니라 종아리에서 허벅지로 확장되고 심하면 피부염이나 피부괴사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 또 초기에는 간단한 주사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튀어나온 혈관이 커지면 레이저나 냉동수술요법 등의 복합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튀어나온 혈관의 직경이 1~2mm 정도 이하인 초기에는 주사치료로 늘어난 혈관을 굳혀 서서히 몸속으로 흡수시키는 방법인 ‘혈관경화요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혈관 직경이 3~4mm 이상으로 굵다면 ‘냉동수술요법’이 효과적이다. 이 치료법은 튀어나온 정맥류 부위에 관을 집어넣어 굵어진 혈관을 순간적으로 얼려서 제거해 내는 방법으로, 흉터나 조직 손상, 재발에 따른 부작용이 적어 최근 신의료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심영기 원장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레이저, 고주파, 냉동수술요법을 포함하는 복합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태에 적합한 치료를 받아야 재발을 방지하고 만족할 만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늘씬한 A여성골퍼가 바지만 입는 이유는?
입력 2011-05-06 1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