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유진] 각막기증, 냄비근성이 아쉬워

입력 2011-02-17 08:38

[쿠키 건강] 2009년 2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이후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생전 약속에 따라 그의 안구 각막은 수술 대기 중이던 두 명에게 이식돼 그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했다. 김 추기경의 안구 각막기증 이후 두 달 동안 한 대학병원에만 총 15건의 각막이식 수술이 시행됐다. 이 병원에서 1년 동안 평균 각막이식 수술을 20건 정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붐’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자 이 열기는 금세 시들해졌다. 석 달 후에 단 한 건의 각막이식 수술이 없었고 그 다음달에도 마찬가지였다. 권투선수 최요삼 선수가 2008년 1월 사망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사망 후 한 달 동안 5건의 수술이 있었지만 곧바로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전 상황으로 돌아왔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각막 기증자가 적은 것은 ‘죽은 사람이 눈이 없으면 저승길을 못 찾아간다’는 미신의 영향이 크다. 그러다보니 생전에 정작 기증 약속을 해놓고도 죽을 때 마음을 바꿔 말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 각막이식만 받으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은 2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국내에서 시행된 각막이식건수는 3579건에 불과하며 특히 각막기증 기피로 인해 국내 기증 각막시술은 53%(1905건)에 불과하다. 국내기증각막으로 이식 받으려면 대기시간도 길어져, 최근 복지부에서 펴낸 자료에 따르면 평균 대기시간 2338일로 이식 장기 가운데 대기시간이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5~6년 전부터 각막을 수입해 수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각막에 내외국인 차이는 없겠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국내 기증 각막을 이식 받을 경우 각막이식비용 50만~60만원이지만 수입 각막을 이식받을 경우 비용은 350만~400만원으로 최대 8배까지 늘어난다. 이식각막은 거부반응 등으로 인해 10년에 한 번씩 재이식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비용 차이가 발생한다. 각막이식을 받아야하는 환자 대부분이 경제활동을 핳 수 없는 장애인인 점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장애를 평생 떠안고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각막 적출은 다른 장기에 비해 간단하다. 안구을 덮고 있는 근육을 세군데 절개하고 각막을 꺼내기만 하면 된다. 또 각막기증은 각막이 혈관이 없기 때문에 기증자와 기증받는 자 사이에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아도 기증 가능하다.

각막이식에 가장 이상적인 각막은 20~30대의 건강한 각막이다. 20~30대가 사망한다는 것은 불의의 사고나 자살 등이 대부분이다. 이럴 경우 가족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자식의 사망으로 경황은 없겠지만 불의의 사고로 곁을 떠난 자식의 육체로 다른 사람에게 새 삶을 선사한다는 것은 분명 가치있는 일이다./uletmesmil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