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사망’ 중동 확전 우려에 WTI 일주일 새 6% ↑ 껑충… 국내유가도 반등

입력 2024-01-30 04:06

중동에서 첫 미군 사망자 발생으로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유 공급망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국제 유가는 최근 일주일 새 6% 넘게 올랐다. 국내 기름값도 오름세로 전환했다. 다음 달 말까지인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는 연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배럴당 79.29달러까지 치솟아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장 초반 1.5%까지 오르며 84달러를 웃돌았다. WTI는 최근 일주일 새 6.3% 올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 유가는 수요 둔화 전망으로 지난달 중순 7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홍해 위기가 고조되면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난 26일 예멘의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이 영국 유조선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위기를 키웠다. 해당 선박은 휘발유의 원료인 러시아산 나프타를 운반하던 중이었는데, 하루 300만 배럴 규모의 러시아 원유와 연료도 공급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전날 중동 공습으로 미군이 사망하면서 긴장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에서 싱가포르까지 연료 운송비는 4만9000달러 이상으로 50% 급등해 2022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후티 반군의 공격 이후 일부 선박이 홍해를 피하기 위해 장거리 항해를 하면서 휘발유 등 운송비가 인상되고 있는데, 장거리 노선뿐 아니라 아시아 내 운송비도 오르고 있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란에 보복을 언급하면서 유가 안정세는 더 위협받을 전망이다. 마이클 트랜 RBC 캐피탈마켓 연구원은 “국제 유가는 아직 홍해의 고조되는 긴장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유가뿐 아니라 공급망 안보 우려가 예상보다 빠르게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름값도 꿈틀대고 있다. 16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던 휘발유 가격은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번 주부터 국내 유가 상승세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20일 리터(ℓ)당 1562.40원에서 오르기 시작해 29일 오후에는 전일 대비 2.90원 오른 1575.09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역시 이날 2.86원 오른 1482.79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목표로 삼은 2%대 물가 상승률 달성 여부도 요원해지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는 주요인 중 하나가 국제유가인 탓이다. 치솟는 국제유가 상승 흐름은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지난해 3.6%였던 물가 상승률이 올해는 2.6%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는 2개월 추가로 연장돼 2월 말까지 유지된다. 물가 상승 압력에 총선까지 앞둔 만큼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재연장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세수 감소라는 반대급부도 만만찮아 정부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심희정 기자, 세종=김혜지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