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 내 학과·학부의 장벽을 허무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학문 분류체계에 기초한 학과·학부 구분이 학문 영역 간 경계가 사라지고 통섭과 융합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대입에서는 모집단위가 바뀌는 변화다. 또 학생의 전공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대학 1학년도 전과가 허용된다.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구분됐던 의대 교육과정 통합 여부 결정은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115개 조문 중 33개를 정비한 내용으로 입법예고 기간은 29일부터 8월 8일까지다. 개정안의 핵심은 ‘대학 안팎의 벽 허물기’로 요약된다. 교육부는 28일 경직적 대학 운영을 유발하는 대학 내 벽 허물기, 국내외 대학 및 산업체·연구기관과의 교류·협력 강화, 재직자와 지역주민의 고등교육 참여기회 확대 등 3가지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먼저 ‘대학에는 학과 또는 학부를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이 삭제된다. 대학들이 기존의 학과나 학부를 융합해 새로운 전공을 신설하거나 자유전공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 모집단위는 학과와 학부인데 대학이 조직을 다른 식으로 하게 되면 대입에서 모집단위도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과가 원천 불허됐던 1학년 학생의 전과도 허용한다.
의대의 경우 6년 범위에서 대학이 유연하게 교육과정을 설계·운영토록 했다. 교양 강의 중심의 예과 2년과 해부학·생화학·병리학 등을 수강하는 본과 4년 교육과정의 연계가 미흡하고 본과 4년의 학습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의학계 요구를 반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과 1년과 본과 5년으로 하든지, 통합해 6년으로 하든지 의대가 자유롭게 설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학위과정 개설도 대학 자율에 맡겨진다. 현재는 대학이 온라인 학위과정을 개설하려면 교육부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했다. 허용 분야도 첨단·신기술 분야 혹은 외국대학과의 공동 교육과정으로 한정했지만 코로나19 이후 대학의 온라인 강의 노하우가 축적됐다고 보고 전 분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국내 대학 간 공동 교육과정의 졸업학점 인정 범위를 현재 졸업학점의 2분의 1 이내에서 협약을 통해 대학들이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개선키로 했다. 교육부는 의견 수렴 후 개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개정안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