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강타한 ‘펜타곤 폭발’… 알고보니 AI 가짜사진

입력 2023-05-24 00:04
미국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카운티 소재 국방부 청사 근처에서 폭발이 발생했다며 22일(현지시간) 오전 여러 SNS에서 공유된 가짜 사진. 해당 사진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하며 미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으나 이후 인공지능(AI)이 생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트위터 캡처

인공지능(AI)이 생성한 미국 국방부 청사 폭발 사진이 SNS에 퍼져 미 증시가 한때 출렁였다. 이미지를 쉽게 생성하는 AI 기술이 가짜 정보의 확산을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 미 N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방부 청사 근처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가짜 사진이 트위터 등 SNS에 돌았다. 사진에는 국방부 청사와 닮은 건물 주변에서 검은 연기 기둥이 치솟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사진은 이날 오전 8시42분쯤 트위터에서 유료 인증을 받은 ‘@CBKNews121’이라는 계정에 처음 게시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계정은 매달 8달러(약 1만원)를 내면 파란색 인증 배지를 부여하는 유료 인증 계정(트위터 블루)으로, 미국의 대표적 음모론 단체인 ‘큐어넌’과 관련된 게시물 등이 발견됐다.

게시물은 다른 계정으로 공유되며 급속도로 확산했다. 러시아 국영뉴스 RT의 트위터 계정은 오전 10시3분 “국방부 청사 근처에서 폭발이 있었다”고 게시했다. 팔로어 65만여명을 갖고 있으며 블룸버그 뉴스 헤드라인을 게시하는 트위터 계정은 오전 10시6분 해당 사진을 게시했고, 사진이 삭제되기 전까지 수백회 리트윗됐다.

160만 팔로어를 가진 익명의 월스트리트 뉴스 블로그 ‘제로헤지’는 “국방부 근처 폭발”이라는 글과 함께 가짜 폭발 사진을 게시했다. 블룸버그와 관련 없는 ‘블룸버그 피드’라는 트위터 계정도 이 사진을 게시했다.

이미지가 확산하는 동안 미 증시 지표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약 0.3% 급락했다. 이후 해당 사진이 가짜라는 뉴스가 나오자 S&P500지수는 빠르게 반등해 손실을 복구했다.

소방 당국은 뒤늦게 사태를 진정시켰다. 버지니아주 알링턴 소방서는 이날 오전 10시27분쯤 트위터에 “국방부 보호구역이나 그 근처에서 폭발이나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해당 사진을 유포한 트위터 계정들은 트윗을 삭제하거나 정정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RT와 제로헤지는 해당 이미지가 포함된 트윗을 삭제했고, 제로헤지는 “해당 사진이 가짜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해당 사진에서 AI로 생성한 흔적이 뚜렷하게 확인된다고 분석했다. 사진을 조사한 영국 탐사보도매체 벨링캣의 닉 워터스 연구원은 “AI가 생성한 사진”이라며 “AI는 여전히 정확한 위치를 생성하는 데 능숙하지 않으며, 사진을 보면 실제로 그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I가 생성한 가짜 이미지나 가짜 정보의 폐해가 더 늘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AI가 만든 이미지가 시장을 움직인 첫 번째 사례”라며 “이미지의 출처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이미지와 기타 콘텐츠를 쉽게 생성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를 심화시켰다”고 진단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