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는 친구를 먼저 때린 후 더 심한 폭행을 당한 학생에게 내려진 서면사과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최근 중학생 A군과 부모가 서울서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서면사과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면사과는 학교폭력 징계 중 가장 낮은 수위의 1호 처분이다.
A군은 중학교 1학년 때인 2021년 같은 반 학생 B군과 다퉜다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회부됐다. 심의위에 따르면 A군은 자신의 책상을 어지럽히고 발을 올려놓은 채 앉아 있는 B군을 보고 화가 나 머리를 한 대 때리고 욕을 했다. 이에 B군은 A군의 눈과 머리 등을 때리고 목을 졸랐다. 쓰러진 A군 머리를 발로 차기도 했다.
심의위는 같은 해 7월 A군에게 서면사과 처분을 내렸다. B군에게는 1호 처분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과 협박·보복행위 금지(2호), 학교봉사 6시간(3호) 등을 의결했다. A군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군 측은 “B군이 먼저 책상과 물건에 발을 올리고 있어서 머리를 툭 치며 ‘아이×, 빨리 나와’라고 말한 것에 불과하다. 폭행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또 징계로 학교운동부 활동이나 진학에 악영향을 받게 돼 불이익이 과도하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심의위 결정이 정당하다고 봤다. 당시 학교 교사가 학생 19명을 대상으로 받은 진술서에서 5명이 A군이 욕설을 했다고 적었고, A군이 소리가 날 정도로 B군 머리를 때렸다는 진술도 나왔다.
재판부는 “A군의 행위가 남자 청소년들 사이 통상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A군이 상해를 입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그의 행위가 B군 폭행의 발단이 된 점, 서면사과 처분은 졸업과 동시에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삭제되는 점 등에 비춰 처분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학교운동부 활동 제한 등을 이유로 가벼운 처분을 해야 한다는 건 오히려 학생선수라는 이유로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