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이자장사’ 저격한 尹… 서민층 고금리 부담 줄어드나

입력 2023-02-14 04:07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에 대해 이른바 돈잔치라는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고금리로 인한 국민 고통이 크다”며 금융위원회에 관련 대책을 주문한 것은 은행이 대출금리를 급격히 올려 이자수익을 싹쓸이하면서도 이를 사회에 환원하지 않고 ‘돈 잔치’에 쓰고 있다는 금융 당국의 의중과 일치한다. 윤 대통령의 주문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의 자체적인 예대마진 축소 노력과 금융 당국 주도의 저금리 대환대출 프로그램 확대 방안이 꼽힌다.

13일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우리·NH농협·신한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금리(신용대출 기준)는 6.92%를 기록했다. 기준금리가 1년 만에 1%대에서 3%대로 3배 이상 오르며 대출금리도 함께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이들 은행의 대출금리는 2021년 말까지만 해도 4.33%에 불과했지만 1년 새 3% 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저금리 시대가 이렇게 급속도로 저물 줄 모르고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갑작스럽게 늘어난 이자부담에 신음하고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오를 때마다 전 국민의 가계대출 이자부담은 3조3000억원씩 늘어난다. 기준금리가 2021년 연 0.50%에서 지난달 3.50%로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 국민의 이자부담이 40조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단순 계산으로 국민 1인당 내야 하는 이자가 2년도 안 돼서 연 200만원 늘어난 셈이다.


이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자 제때 빚을 갚지 못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4대 금융지주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연체율은 2021년까지만 해도 0.16%에 그쳤지만 지난해 말에는 이 수치가 0.20%로 올랐다.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 연체율도 0.80%에서 1.03%로 상승했다. 반면 은행권은 이렇게 급증한 이자수익으로 거액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는 등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은행의 고금리 장사를 직접적으로 겨냥해 대응책을 내놓으라고 주문한 만큼 금융 당국이 어떤 식의 해법을 들고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은행권의 자율적인 대출이자 인하를 유도하는 방안이다. 그동안 고금리 환경에 힘입어 역대 최대 수익을 줄줄이 갱신한 만큼 금융 당국이 당분간 예대마진을 줄여 사회적 고통 분담에 동참하도록 압박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특히 은행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역사가 있어 경제 위기 때마다 고통 분담에 대한 여론이 크다.

금융 당국이 정책금융상품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이 경우 높은 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운 차주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저금리 대환대출 상품 확대가 유력하다. 금융위는 최근 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연 3~4%대 금리의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하고 기존 주택담보대출 차주들의 ‘갈아타기’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출시 이후 1주일간 신청액만 10조원을 넘어섰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는 대환대출상품인 햇살론 등도 고금리 이자 부담을 경감시킬 대안으로 지목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