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네티즌도 잇단 헛다리… ‘월드컵 승부예측’ 기업들 난감

입력 2022-11-28 04:05 수정 2022-11-28 04:05
27일 오후 4시 기준 네이버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 승부예측 생존자 현황 모습. 조별리그 1차 승부예측에서는 이변이 속출하면서 생존자가 1명도 남지 않았다. 네이버 제공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잇따라 ‘이변’이 발생하면서 인공지능(AI) 승부예측 기술과 월드컵 관련 이벤트를 선보인 기업들이 ‘민망한 상황’에 빠졌다. AI 승부 예측 성공률이 절반 수준에 그치는가 하면, 이벤트 참가자가 모두 탈락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27일 IT·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LG유플러스 등 한국 기업들은 월드컵을 앞두고 다양한 승부예측 이벤트를 마련했다. 네이버의 경우 승부예측에 모두 성공한 참가자에게 100만원을 주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1차 조별리그 승부예측에는 39만5000여명이 참가했다. 지난 21~25일 열린 10개 경기를 스코어 상관없이 ‘승·무·패’만 예상하는 방식이었다. 단순 계산에 따르면 10개 경기를 모두 맞출 확률을 5만9049분의 1이다. 참가자 수와 비교하면 6~7명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10개 경기의 결과를 맞힌 참가자는 아무도 없었다.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아라비아에 1대 2로 지는 이변이 벌어지면서 참가자 가운데 653명만 살아남았다. 이후 일본이 독일을 꺾으면서 이를 예측한 참가자는 1명만 남게 됐다. 이 유일한 생존 참가자도 남은 경기의 예측에 실패했다. 결국 10개 경기의 승부예측을 모두 맞힌 참가자는 0명이 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조별리그 1차 경기들의 이벤트 상금이었던 100만원은 조별리그 2차 예측으로 이월됐다”고 말했다.

이변이 잇따르면서 AI의 예측 정확도도 무너졌다. LG유플러스는 통합 스포츠 커뮤니티 플랫폼 ‘스포키’에서 AI 서비스 익시를 통해 승부를 예측하고 있다. 익시의 27일 낮 기준으로 승부예측 성적표는 24개 경기 중 14개 성공에 그쳤다. 100점 만점에 58점 수준이다.

AI는 일반적으로 과거 전적 데이터, 국가별 선수들의 개인 성적표 등을 기반으로 결과를 내다본다. 다만 데이터를 뒤집는 이변까지 예상하지 못하면서 저조한 정확도를 보였다. 무승부로 끝난 한국과 우루과이 경기의 경우 익시는 우루과이 승리 확률을 70%, 무승부를 19%로 봤었다. 최대 이변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 경기도 사우디아라비아 승리 확률을 3%로 관측했었다. 일본과 독일전의 경우 독일 승리 확률은 67%로 분석했지만, 결과는 일본(15%)의 승리였다. IT 업계 관계자는 “팀의 연대와 조직력, 선수들의 투지, 경기 중 발생하는 행운 등은 데이터화할 수 없다. ‘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이변이 발생하는 스포츠 결과를 AI 예측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