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최대 논란거리로 떠오른 피겨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16)가 여자 싱글 부문 경기 일정이 시작된 뒤에도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발리예바는 15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을 1위로 마친 뒤 1~3위 선수가 참석하는, 같은 건물의 기자회견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회 관계자는 “회견 참석은 권고사항이지 의무가 아니다”라며 회견을 진행했다.
회견은 3위를 차지한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22)만 참석한 채 10여분 늦게 시작했다. 발리예바와 함께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소속인 2위 안나 셰르바코바(18)는 늦게 합류했다. 사카모토는 각국 취재진의 발리예바 관련 질문에 “진실이 무엇인지 모른다. 스스로에게만 집중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셰르바코바는 답변을 거부했다.
발리예바는 도핑 논란이 불거진 뒤 베이징에서 가진 공식훈련 때마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외면했다. 이날 경기 뒤에도 믹스트존에 들르지 않고 회견마저 불참하는 등 쏟아지는 비판 자체를 무시하고 있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러시아 방송에만 출연해 “정상적으로 출전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발리예바가 이날 예정대로 출전하자 현장의 국내 방송사 중계석은 침묵으로 항의를 표했다. KBS와 SBS 해설진은 발리예바가 쇼트 연기를 펼친 약 3분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연기가 끝나고 주요 장면이 재생될 때 점프 실수 등만 간략히 언급했다. 이호정 SBS 해설위원은 “금지 약물을 복용하고도 떳떳이 올림픽에서 연기한 선수에게는 어떤 멘트도 할 수 없다”며 “어릴 때부터 훈련해 출전 자격을 얻은 다른 선수들, 정정당당하게 싸워온 그들의 노력은 뭐가 되나”라고 비판했다. KBS 곽민정 해설위원은 “그 많은 걸 책임지려면 (발리예바가) 출전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나”며 “가장 화나는 건 이 선수 탓에 다른 선수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해설진도 침묵을 지켰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부터 NBC방송 해설을 맡아온 세계적 피겨 스타 출신 해설자 타라 리핀스키와 조니 위어는 이날 발리예바의 연기 순서에서 거의 입을 떼지 않았다. 평소 쾌활한 어조로 선수의 연기를 설명하거나 피겨스케이팅계 내부의 이야기를 풀어놓았지만 발리예바에 대해선 전문적 분석이나 연기에 대한 언급 없이 점프 관련 두 차례 정도의 발언만 했다.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에서 최연소로 금메달을 딴 리핀스키는 “단지 발리예바를 출전시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발리예바 문제로 시상식이 열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많은 선수의 삶과 올림픽 경험이 영향을 받겠나”라고 분노했다. 위어도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이자 팬으로서 발리예바의 연기를 해설해야 하는 게 매우 불편하다”고 호응했다. 경기 후엔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가장 힘든 경기 방송이었다”고 토로했다.
베이징=조효석 기자, 최예슬 임송수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