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염치 버린 저열한 막말공세
상대방이 하면 비방, 내가 하면 검증
후보들, 민주주의 지킬 의무 잊지말라
상대방이 하면 비방, 내가 하면 검증
후보들, 민주주의 지킬 의무 잊지말라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자마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저열한 네거티브 전쟁을 본격화했다. 체면도 염치도 다 버린 흠집내기와 막말 공세에 유권자들은 불쾌하다. 여야 모두 공식적으로는 네거티브 중단 또는 자제를 말하지만 행동은 전혀 다르다. 상대방이 하면 비방이어도 내가 하면 검증이라며 “이제 그만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무시한다. 국민의 목소리를 귓등으로 들은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들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는가.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6일 ‘굿판’을 놓고 다시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가죽 벗긴 소’가 등장한 2018년 종교 행사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부 이름이 적힌 연등이 달려있었다는 김의겸 민주당 의원의 주장을 국민의힘이 반박하면서 저열한 말이 쏟아졌다. 최지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부대변인은 팩트체크라며 그 행사장에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연등도 있었다고 대응했다. 상대의 주장은 악마적 마타도어 획책이고, 자신의 주장은 검증이라는 것이다. 현직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이런 수준 낮은 내용을 공식 발표한다는 것이 한심할 따름이다. 거기에 똑같이 대응하면서 팩트체크라고 우기는 국민의힘도 다를 게 없다. 이런 식의 네거티브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후보 부인 자질 공방에서 윤핵관·이핵관 싸움, 주술 논란으로 가더니 ‘열차 구둣발 민폐’ ‘음식점 실내 흡연’ 같은 태도 논란으로 번진다. 다른 나라라면 비웃고 지나갔을 일들이 우리의 지도자를 뽑는 자리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부끄러움은 왜 온전히 국민의 몫이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당과 소속 의원의 상대 후보 비방도 실질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 SNS에 개인 의견을 피력하는데 후보가 어떻게 하느냐는 해명은 핑계에 불과하다. 한 건 올려 공신(功臣)이 되겠다는 사람을 후보가 못 막을 리 없다. 게다가 지금 여야의 네거티브 소재는 모두 충분히 알려진 일들이다. 어느 유권자가 자극적인 이야기 한번 더 들었다고 생각을 바꾸겠는가.
선거가 20일밖에 남지 않았다.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어떻게 실현할지 설명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식당에서 담배를 핀 때가 몇 년이었는지, 신발을 올린 의자가 빈 좌석이었는지를 놓고 다툴 만큼 대한민국은 한가하지 않다. 후보들은 지금이라도 한자리에 모여 네거티브 중단을 합의하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상대 후보를 비난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후보들은 선거 승리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