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권 말 정책 성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년도 업무계획에 지난 4년 반 동안 정책 성과를 부풀려 담는가 하면, 분야별 성과를 담은 홍보자료를 별도로 만들어 경쟁적으로 배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민의 피로감은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화자찬성’ 정책 홍보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각 부처는 지난 22일부터 지난 4년 반 동안의 주요 정책 성과와 내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공통 슬로건은 ‘국민과 함께 만든 변화, 끝까지 책임 다하는 정부’다. 이에 맞춰 부처들은 문재인정부 주요 정책 성과를 서술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내년 업무보고에서 “소재부품장비 위기 극복과 주력·신산업 육성으로 경제활력 회복을 견인했다”며 “2050 탄소중립으로 가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원전 정책 후폭풍과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 정책 실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지난 4년간 주택공급 확대, 실수요자 보호, 주거복지 강화를 3대 정책 기조로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2061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3.3㎡당 가격은 올해 11월 4309만원으로, 2248만원(109%) 올랐다.
지난 22일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이 발표한 업무계획에서도 소상공인과 코로나 피해 업종의 위기를 극복하고 신속한 회복을 지원한다는 내용, 농축산물과 공공요금 등 민생 물가의 안정적 관리 등 ‘당연한’ 얘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어차피 대선 이후 새 정부가 들어오면 그에 맞게 새롭게 업무계획을 짜야 하는데, 굳이 왜 지금 업무계획을 만들어 대대적으로 홍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분야별 각종 성과를 다룬 자화자찬성 홍보 자료도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매년 말 발표하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과 함께 ‘문재인정부 경제분야 36대 성과’ 자료를 이례적으로 함께 배포했다. 무려 233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다. 해당 책자에는 “주요국보다 양호하게 재정건전성을 유지했다”거나, “일자리 창출 기반 조성과 충격을 완화했다”는 내용들이 나열돼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자료집을 활용해 전달 노력을 강화해 주고, 특히 국민 관심이 높은 고용, 세제, 재정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각별한 홍보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에는 공과 과가 공존할 수밖에 없는데, 실패한 정책을 억지로 미화하는 과정에서 불신을 다시 키우는 형국”이라며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인정하고, 남은 임기 동안 개선하겠다고 밝히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