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필요한 국내외 어린이·가정 따뜻하게 감싸는 계기 됐으면”

입력 2021-12-29 03:03
서화평 전주샘물교회 목사가 지난 21일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하는 아이들 얼굴이 담긴 액자를 가리키며 이웃에 대해 관심을 갖자고 말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에 사는 은혜(가명)는 내년에 중학교에 입학한다. 꿈 많을 나이지만 힘겨운 하루하루가 소녀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아버지는 허리 디스크가 악화하면서 일을 그만두고 집에 계신다. 어린이집 미술 보조교사로 일하는 어머니가 버는 얼마 되지 않는 돈과 정부 보조금이 은혜네 수입 전부다. 이 돈으로 아버지 병원비와 은혜, 중학생 언니들 학비를 대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당장 먹고사는 게 큰 일이다 보니 학원은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막막한 현실 속에서 은혜 어머니는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했다. 가난한 은혜네 집에 찾아온 강추위는 야속하기만 하다. 먹고사는 문제에 난방비 걱정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추위에 떨고 있는 은혜네 집에 도움의 손길을 건넨 건 월드비전이었다. 월드비전은 최근 난방비를 지원했다. 은혜네 가족은 오랜만에 환하게 웃었다고 한다. 은혜는 2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늘 춥게 지냈는데 월드비전이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도와줘 가족 모두 기뻐하고 있다”면서 “중학생이 돼서도 즐겁게 학교에 다니겠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바울(가명)씨는 신생아 때 부모에게 버려진 뒤 늘 혼자다. 보육원에서 자랐지만 성인이 된 뒤 독립했다. 나이만 먹었지 삶이 나아진 건 없다.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그는 성실함을 무기로 힘찬 일상을 보내고 있다.

전북 지역의 한 국립대에 진학한 바울씨는 방학마다 중·고등학생들에게 운동을 가르쳐주고, 학기 중에도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추운 겨울은 성실한 그에게도 부담이다. 생활비에 난방비까지 더 필요해서다. 월드비전은 고민하던 바울씨에게도 난방비를 지원하며 사랑의 손길을 내밀었다.

바울씨는 “늘 외롭게 지냈고 여전히 혼자인데 이런 나를 기억하고 난방비를 보내 준 월드비전에 감사를 전한다”면서 “공기업에 취직해 꼭 받은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겠다”고 전했다.

월드비전(회장 조명환) 전북지역본부(본부장 나윤철)는 올해 들어 두 차례 전주시의 극빈층 가정을 지원했다. 여름과 겨울 각각 50가정씩 도운 월드비전은 앞으로 매년 어려운 가정을 후원하기로 했다. 이 일을 위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전주노회(노회장 서화평 목사)와 협력했다. 전주 시내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는 전주노회 산하 교회들은 일일이 수소문해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찾았다. 월드비전과 노회와의 협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월드비전 전북지역본부와 전주노회는 지난 21일 나눔 캠페인 협약식을 열고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양 기관은 “국내외 소외계층 아동과 가정, 지역사회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위해 협력한다”며 “국내외 아동 결연과 비전 주일 예배를 통한 월드비전 사역의 홍보와 청소년 위기 극복 지원을 함께한다”고 뜻을 모았다.

노회장 서화평 목사를 이날 전주샘물교회에서 만났다. 1995년 12월 전주샘물교회를 개척한 서 목사는 예장통합 총회 세계선교부 부장을 지냈으며 지난 9월 전주노회 노회장이 됐다. 전주노회에는 150개 교회와 20개의 기도처가 있다.

서 목사는 “교회는 지역의 어려운 주민들을 잘 알고 월드비전은 언제나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어 협력하게 됐다”면서 “우리나라 구석구석은 물론이고 세계 각지를 찾아 사랑을 전하는 월드비전과의 협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국내외 어린이와 여러 가정을 더욱 따뜻하게 감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노회 산하 교회들도 이 일에 참여하게 돼 보람이 크다”고 전했다.

전주노회는 앞으로 해외에 있는 어린이 결연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서 목사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지만 이제는 선진국이 됐다”며 “과거 해외에서 많은 도움의 손길이 우리나라 어린이를 후원했고 이들이 쉬지 않고 노력해 국가 발전을 일궜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우리가 그런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며 “전주노회 산하 교회들이 이런 사명감으로 아동 결연에 관심을 갖고 온정을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 목사는 “우리 지역에도 어려운 교회가 많아 늘 고민이 많다”며 “적지 않은 목사들이 직업을 갖고 있고 코로나19 중 교회들의 형편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서 목사는 노회 교회 중 60%를 미자립교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자립교회는 재정적으로 자립하지 못해 외부의 지원이 필요한 교회를 말한다.

서 목사는 노회장이 된 뒤 미자립교회 순방을 시작했다. 그는 “막막한 상황에 놓인 미자립교회 목회자를 만나 위로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임기 중 노회 산하 교회들이 상생할 수 있는 길도 찾고 싶다”고 전했다.

전주=글·사진 장창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