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8일 종료됐다. 코로나19라는 악조건에서 마스크의 답답함을 견디며 수능을 치른 수험생 모두가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수능 직후 이어지는 대학별고사에 대비하며 대입 전략을 수립하는 ‘입시 2라운드’가 기다리고 있어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대학별고사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감염 가능성을 줄이는 생활 패턴을 유지해야 한다. 축하와 격려의 자리는 대입 절차가 마무리 될 때까지 잠시 미루는 게 좋다. 입시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수능 후 수험생이 할 일’을 정리했다.
가채점은 빠르게, 판단은 보수적으로
수능 이후 가채점은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 수험표 뒷면 등을 활용해 자신이 기재한 답을 적어왔다면 괜찮지만 기억에 의존해야 한다면 가급적 빨리 가채점을 마무리한다. 헷갈리는 경우라면 틀린 것으로 간주해야 대입 전략 수립 시 오차를 줄일 수 있다.
수험생들은 가채점을 토대로 몇 가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먼저 자신이 수시에서 지원한 대학이 수능 최저기준을 설정해놨으면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성적을 거뒀는지 판단해야 한다. 최저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수능 이후 이어지는 논술·면접 등 대학별고사에서 헛심을 쓸 필요가 없다.
정시 지원 가능 대학을 추려내야 한다. 수능 뒤 대학별고사 응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수시에서 어느 한 대학이라도 합격하면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정시 지원 기회가 박탈된다. 이른바 ‘수시 납치’를 당하고 땅을 칠 수 있다. 예상되는 수능 성적이 좋아 수시에 원서를 넣은 대학보다 상향 지원이 가능하다면 대학별고사 응시 자체를 포기해 수시 합격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 평소보다 성적이 낮게 나왔고 수능 최저기준을 충족한다면 대학별고사에 집중한다.
여기까지가 지난해까지 통용되던 ‘수능 뒤 대입 전략 공식’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수험생들을 괴롭힐 중대 변수가 있다. 최초로 시행되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다. 국어와 수학 영역이 문·이과 구분 없이 ‘공통+선택 과목’ 체제로 변경됐다. 두 영역은 선택과목 간 유·불리 문제를 줄이기 위해 ‘공통과목 점수를 활용한 선택과목 점수 조정’ 방식을 거친 뒤 각 영역의 응시생 전체를 대상으로 최종 표준점수를 산출한다.
이전과 달라진 점수 산출방식으로 인해 가채점으로는 자신의 성적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이는 일선 교사와 사설 입시기관조차 난감해하는 부분이다.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의 난이도, 선택과목 응시 집단의 성적 분포 등 변수가 많아 가채점으로 나오는 원점수로는 실제 성적표에 찍혀 나오는 표준점수, 등급을 추정하기 한층 어려워졌다. 따라서 이런 오차를 고려해 가채점 결과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확실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학별고사는 적극 응시해야 한다.
정시 전략은 큰 틀에서 정보 수집
수능 성적은 다음 달 10일 나온다. 성적표에는 등급과 표준점수, 백분위가 기재된다. 가채점으로 파악되는 원점수는 공개하지 않는다. 예년까지는 가채점으로 산출되는 원점수로 등급과 표준점수, 백분위를 추정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수능 제도의 변화로 정확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수능 이후 가채점 결과만 쥔 상태라면 구체적인 정시 전략을 수립하기보다 광범위하게 정보를 수집해 놓는 게 좋을 수 있다. 희망하는 대학의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과 가채점 결과를 비교하며 모집군별로 3~4개 정도의 대학을 추려 놓는 정도에 머물러도 충분하다. 이렇게 해놓으면 다음 달 30일 수능 성적이 발표됐을 때 좀 더 수월하게 지원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수능 반영 방법은 국어 수학 영어 탐구 등 4개 영역을 모두 반영하거나 국어와 영어 필수에 수학 또는 탐구영역 중 1개 선택 등 3개 영역 반영, 4개 영역 중 2개 영역 반영 등 반영 영역 수를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수능 점수 반영 방법도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변환 표준점수 등으로 다양하고 영역별 반영 비율, 특정 영역 가중치 부여 등 대학마다 점수 산정 기준이 각각 다르다. 절대평가인 영어의 경우 등급에 따라 일정 점수를 부여하는 대학도 있고, 등급에 따른 가산 또는 감산의 방법을 적용하는 대학, 최저기준으로 적용하는 대학 등 성적 활용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수능 성적이 발표되면 자신에게 유리한 대학을 찾아 구체적인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어와 수학 성적이 우수하다면 해당 영역의 비중이 높은 대학들을 정리해두는 식이다. 유의할 점은 대학 또는 학과 이름 정도만 써넣는 것이 아니라 해당 대학에서 요구하는 수능 이외에 다른 요소들도 메모해 놓으면 편리하다. 정시에서는 대부분 수능 100%를 반영하지만, 일부 학과에서 학생부, 면접 등을 반영하는 대학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목표 대학 및 학과들의 최근 경쟁률, 선발방식 및 모집인원 변경 현황, 추가합격 현황 등을 확인해가며 최종 합격을 위한 전략 노트를 완성해가야 한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