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선교가 이뤄진 역사가 짧음에도 많은 교회와 교인, 신학생과 기독교 지식인을 배출했다. 한국 신학계 자체 문헌 생산 역량도 상당히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 한국 기독교 출판계가 도무지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문헌 생산의 두 분야가 있다. 하나는 각종 사전 편집이고 다른 하나는 원전 문헌집이다.
신학사전 교회사사전 성서학사전 윤리학사전 선교학사전 미국기독교사전 동방정교회사전 시리아기독교사전 아프리카기독교사전 루터파사전 재세례파사전 여성기독교인사전 등 서양 학계가 생산한 사전의 다양성과 범위, 양과 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마찬가지로 영어권에서 Reader, Documentary Sourcebook, Collection, Theological/Historical Writings 등으로 불리는 원전 문헌집도 한국에서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교회 역사 2000년 동안 살았던 수많은 기독교인이 남긴 사료, 즉 1차 자료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것이 많다. 시리아어 그리스어 라틴어 페르시아어 아르메니아어 에티오피아어 및 여러 유럽 언어로 작성된 이들 문헌을 주제별 시대별 전통별로 분류하고, 한국어로 일관되게 번역하고 편집해 출판할 수 있는 역량이 우리에게는 아직 없다. 따라서 이런 작업을 시도한 서양 학자들에게 감사하며 그들이 편찬한 사료집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영국 신학자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는 그런 사료집 편찬 역량을 가진 서양 기독 출판계가 한국 학계에 준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정리와 편집, 요약의 달인으로 널리 알려진 옥스퍼드대 출신의 맥그래스는 신학 역사 실천을 망라하는 기독교 개론서 ‘신학이란 무엇인가’를 출간해 세계 독자들에게 널리 호평받았다. 그는 신학과 교회사의 주요 개념을 자신의 말로 해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해설의 근거를 독자들이 직접 찾아 읽고 판단할 수 있도록 원전 자료집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를 또다시 펴냈다. 1991년 처음 출간한 ‘신학이란 무엇인가’를 여섯 번에 걸쳐 개정했듯, 곁에 두고 참고하도록 1996년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를 처음 펴낸 후에도 다섯 차례에 걸쳐 개정했다. 작년과 올해 출판사 복있는사람은 최신 원서에 해당하는 ‘신학이란 무엇인가’ 6판과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 5판을 각각 번역해 냈다.
한국에서 거의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장르의 책을 과감하고 모험적으로 출간했다는 점에서, 기독 출판계에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를 만들었다. ‘신학이란 무엇인가’가 왼편에 있다면,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는 반드시 오른편에 자리 잡아야 할 필수 원전 문헌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