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몸살 앓던 美… 이번엔 뉴욕 133년만의 물폭탄

입력 2021-08-24 04:07
허리케인 ‘헨리’가 동반한 폭우로 22일(현지시간) 물에 잠긴 미국 뉴저지주의 한 마을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뉴욕에 역대 가장 많은 비를 뿌린 헨리는 미 동북부에 상륙한 이후 곳곳에서 홍수와 정전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폭염과 산불로 몸살을 앓던 미국이 이번엔 기록적 폭우로 시름하고 있다. 허리케인 ‘헨리’가 강타한 뉴욕은 역대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으며, 미 동북부 곳곳엔 홍수와 정전 등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촉발한 기상 이상 현상이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하고 강도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2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전날 뉴욕시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는 133년 만에 가장 많은 113㎜의 비가 쏟아졌다. 1888년 106㎜를 넘어선 뉴욕시 하루 강우량 신기록이다. 오후 10∼11시 강우량은 49㎜로 역시 뉴욕시의 시간당 강우량 기록을 갈아 치웠다. 뉴욕주 롱아일랜드 동쪽에서 북상하던 헨리는 이날 오전 열대성 폭풍으로 약화된 뒤 오후 12시15분쯤 로드아일랜드주 해안에 상륙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헨리가 내륙에 도착해 진행 속도가 느려지면 한 지역에 더 많은 비를 뿌릴 수 있어 홍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400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뉴욕 등 지역에 75∼150㎜의 비가 내리고 폭우와 강한 바람, 해안 지역 범람 등 피해가 23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곳곳에서 폭우 피해가 잇따랐다. 뉴저지 메인 등 4개 주에서 13만5000가구 이상이 정전 피해를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 인구 12만5000명의 로드아일랜드주 워싱턴카운티에서는 전체 주택의 4분의 3이 정전됐다. 뉴저지 뉴어크공항과 보스턴 로건국제공항 등에서 1000대 이상의 항공편이 결항됐으며 뉴욕시 지하철은 일부 구간의 운행이 중단됐다.

남동부 테네시주 중부에서도 기록적 폭우가 내려 큰 피해가 발생했다. 미 기상청은 21일 하루 동안 이 지역에 432㎜의 비가 내려 종전 하루 최고 강수량 기록을 87㎜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생후 7개월 쌍둥이를 포함해 최소 22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후변화로 극단적 기상 현상이 빈발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현실화하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1950년대 이후 대부분의 지역에서 폭우 발생 빈도와 강도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기후 분석기관 ‘기후서비스’의 짐 코신 선임 연구원은 CNN에 “지구온난화가 열대성 폭풍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풍속 강도를 높인다”며 “이는 다시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