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해할 수 없는 코로나 방역 탁상행정

입력 2021-08-24 04:03
어제부터 적용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세부 지침을 두고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오후 6시 이후 2명만 모일 수 있었던 식당과 카페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최대 4명까지 모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집에서는 이런 백신 접종 인센티브가 적용되지 않는다. 즉 따로 사는 고령의 부모가 접종을 완료했을 경우 자녀와 함께 식당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집에서 같이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은 안 된다. 이는 현장을 잘 모르는 방역 조치다.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가능한 한 집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를 만나려면 반드시 식당을 이용해야 한다니 모순 아닌가. 다중이 모이는 식당보다 가정집이 더 위험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로 국가 방역수칙이 자칫 권위를 잃게 되진 않을지 우려스럽다.

정부는 자택 모임까지 접종 인센티브를 확대 시행할 경우 사적 모임이 활성화될 수 있는데 이를 허용할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또 식당과 카페에만 4인 모임을 허용한 것은 자영업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작 자영업자들은 이를 반기지 않고 있다.

23일 기준 접종 완료율은 겨우 22.5%다. 완료자의 상당수가 75세 이상의 고령층이라 자영업자 매출 증대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접종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영업 제한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 자영업자들은 손님은 늘지 않고 영업시간만 줄어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코로나 확산세는 여전히 심각하다. 1회 접종으로 완료된 얀센 백신을 맞은 젊은층에서 돌파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4명 모임을 허용한 것은 오히려 코로나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세부 내용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