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배 안은 위험합니다

입력 2021-08-24 03:08

오병이어의 기적이 있었던 직후 제자들은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갈릴리 바다를 건너기 위해 배에 올랐습니다. 제자들은 고요한 바다 위를 노를 저어 건너고 있었습니다. 배가 갈릴리 바다 중간쯤에 왔을 때였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강한 풍랑이 몰아쳤습니다.

바다에서 잔뼈가 굵은 제자들이었기에 거센 비바람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거센 풍랑에 배는 심하게 흔들렸고, 제자들은 극심한 공포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때가 밤 사경(새벽 3시~6시)이라고 성경은 기록합니다. 하루 중 가장 깜깜한 시간입니다. 마치 제자들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합니다.

위기의 순간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바다 위로 걸어오셨습니다. 깜깜한 밤과 몰아치는 거센 풍랑을 뚫고 물 위로 무엇인가가 걸어오고 있으니 제자들은 모두 유령이라 생각하고 무서워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유령이 아니라 예수님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안심하라 나니 두려워하지 말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난 후 예수님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베드로가 물 위를 걷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른 제자들은 아무도 예수님께 걸어갈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베드로는 예수님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왜 다른 제자들은 예수님께 갈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요. 거센 풍랑 때문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께 가는 것을 막은 장애물은 풍랑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의지하고 있던 배였습니다.

그들은 배를 떠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배는 망망대해에서 그들을 지켜주는 유일한 버팀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자들은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배를 두 손으로 꼭 붙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그 배를 미련 없이 나왔기 때문에 예수님께 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를 예수님께 가지 못하게 막는 진짜 장애물은 세상이 주는 고난과 시험이 아닙니다. 이제까지 나를 지켜준다고 생각했던, 그래서 내가 의지했던 ‘배’가 진짜 장애물입니다. 내가 의지했던 세상의 것들이 바로 장애물인 것입니다. 그것을 버릴 때 우리는 주님께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베드로가 배를 떠나 삼킬 듯한 파도 위에 발을 올려놨습니다. 그리고 그는 파도를 밟고 예수님께 걸어갔습니다. 거센 파도는 예수님께로 가는 길이 됐습니다. 제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파도는 이제 예수님께로 인도하는 도구가 된 것입니다.

때로 세상은 우리에게 견디기 힘든 고난을 주기도 합니다. 밤 사경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우리 앞에 닥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를 지켜준다고 믿었던 세상의 것을 버리면, 그때 그 고난은 우리를 주님께 인도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거센 물결을 하나하나 밟으며 주님을 향해 걸어가던 베드로였습니다. 그런데 그의 시선이 비바람에 빼앗기자 그에게 두려움이 찾아왔고, 곧 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때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어 붙잡아 주셨습니다.

주님은 먼저 다가와 손부터 잡아주시는 분이십니다. 베드로에게 “왜 의심하였느냐”라고 꾸짖기 이전에 손부터 잡아주셨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향해 사랑을 먼저 보이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우리가 주님을 몰라 죄 가운데 빠져있을 때 주님은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신 것입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롬 5:8)

이영배 성일교회 목사

◇서울 성북구 동선동에 위치한 성일교회는 소그룹을 향한 열정, 다음세대를 향한 꿈, 그리고 청년들을 향한 소망을 품고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 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