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한 데에 이어 SC제일은행과 우리은행도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나섰다. 농협과 축협의 집단대출도 일시 중단된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꺾기 위한 금융 당국의 압박이 금융권 ‘연쇄 대출절벽’을 불러오는 모양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 18일부터 부동산담보대출 상품 ‘퍼스트홈론’ 운영을 일부 중단했다. 기준금리 중 신 잔액기준 코픽스에 한해 운영이 중단됐으며, 나머지 상품은 아직 정상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은 분기별 전세대출 한도가 모두 소진됨에 따라 9월까지 신규 대출 취급을 중단한다. 기존 전세대출 신청 취소분이 나오지 않는 이상 신규 전세대출은 이뤄지지 않는다.
농협은행에 이어 농협중앙회도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전국 농·축협에서 집단대출 신규 승인을 일시 중단키로 했다. 정확한 중단 시점과 기간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로써 가계대출 증가량을 억누르기 위해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축소한 금융기관은 네 곳으로 늘었다. 앞서 농협은행은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신규 주담대 시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19일 밝혔다.
금융권의 이런 조치는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 기조에 발맞춘 것이다. 금융 당국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 안팎으로 유지한다는 목표치를 세워놨는데, 일부 은행에서 이 수치를 맞추기 어렵게 되자 고육책으로 대출상품 판매 중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러운 대출 중단에 시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특히 주담대는 일부 은행이 상품 판매를 중단한다고 수요 자체가 줄어들진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다른 은행에서 대출 수요가 갑자기 급증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그럴 경우 추가적으로 대출을 중단하는 은행이 나올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연쇄 대출절벽’이 현실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 주담대 자체를 중단하는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농협은행 등의 파이(대출 수요)를 나머지 은행이 부담할 수도 있는 만큼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