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의 반발에도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또다시 단독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은 19일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와 오는 25일 본회의까지 신속하게 법안 처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18일 오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열고 국민의힘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조정위원으로 ‘무늬만 야당’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선임한 것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김 의원을 야당 몫 위원으로 묶어 조정위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민주당은 이날 조정위에서 허위·조작보도를 판단하는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을 6가지에서 4가지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수정했다.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취재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한 경우’는 법안에서 삭제됐다. 또 원안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상으로 규정한 ‘정정보도청구 미표시’도 고의·중과실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2일 야당의 반발에 부딪히자 수정안을 내놓았다.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자에서 고위 공직자와 기업인을 빼고 ‘낙인효과’로 언론 신뢰도 하락이 우려되는 기사열람차단 청구 표시 조항도 삭제키로 했다.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 자체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와 위헌 가능성은 여전하다.
특히 민주당이 이날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야당 동의 없이 안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민주당은 야당 반발에도 문재인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이자 수정안 마련에 적극 참여한 김의겸 의원을 조정위원으로 일방적으로 선임했다. 또 임시 조정위원장으로 추천한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이 정회 후 속개하지 않자 조정위원장을 이병훈 민주당 의원으로 교체하고 회의를 강행했다. 결국 민주당은 야당 참여 없이 단독으로 수정안을 가결했다.
민주당이 21대 국회 들어 안건조정위를 열고 단독 의결한 사례는 이번을 포함해 이미 10차례 이상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법, 기업규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여야의 이견이 첨예했던 법안 등이 야당 참여 없이 단독 의결됐다.
이 때문에 21대 국회에서는 ‘안건조정위 무용론’이 계속 제기돼 왔다. 개원 초 원 구성 협상에서 민주당이 17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면서 생긴 결과다. 안건조정위 구성 권한은 최종적으로 상임위원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이 단독 의결해 무력화시킨 안건조정위 사례를 보면 비교섭단체 몫 조정위원에 민주당에서 제명된 이상직 의원과 여권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등이 각각 포함돼 민주당을 도왔다.
정치권 뿐 아니라 국제언론협회, 세계신문협회, 대한변호사협회 등 국내외적으로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데도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데는 내년 대선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당 지지자의 개혁 요구가 얼마나 거센지 상상하기 힘들 것”이라며 “확실히 성과를 낼 수 있는 개혁 과제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문체위원장 임기를 시작하는 25일 전에 처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강보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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