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압박에 한투연 백기투항… ‘反공매도’ 운동 스톱

입력 2021-08-19 00:03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지난 2월 서울 세종로에서 공매도 반대 운동을 위해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매도(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행위) 잔고가 높은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수하며 반(反)공매도 운동을 벌여온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금융당국의 압박에 백기투항했다. 이달 중으로 예정됐던 2차 K스톱(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은 무기한 중단됐고 향후 매수 운동과 관련해서도 한투연이 지휘하거나 지침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18일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국민일보 통화에서 금융당국의 K스톱 운동 관련 조사가 종료되고 한투연의 시세조작 등 혐의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날 때까지 반공매도 운동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때까지 K스톱 운동은 별도 지침 없이 참여자들이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방식으로 시행되는데, 당국이 언제 판정을 내릴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운동의 동력 자체가 상실될 것으로 보인다. K스톱은 미국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에 맞서 게임스톱 주식을 대량으로 산 행위를 한국에서도 벌이자는 반공매도 운동을 말한다.


정 대표는 법률 자문을 구한 결과 지난달 벌인 1차 K스톱 운동에 위법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정 대표는 “현재 한국의 자본시장법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방식으로 애매하게 작동하는 상황”이라며 “자칫 선한 의도를 가지고 운동에 참여한 운영진 등이 법적 책임을 지는 등 피해를 볼 수 있어 K스톱 운동을 자율 운동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일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 운동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며 밝혔다. 운영진이 해당 종목을 선취매했는지 여부와 인위적으로 시세를 변동시켰는지 여부에 따라 위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거래소도 매수 운동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없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투연은 지난달 15일 공매도 잔고 1위 종목(에이치엘비)을 집중 매수하는 1차 운동을 벌였다.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주가가 하락하면 갚는 공매도 원리를 역이용해 집중 매수 운동으로 주가를 높여 공매도 세력에 피해를 입히자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장중 22% 넘게 급등하던 에이치엘비는 정작 운동 시작 시점인 오후 3시쯤부터 급락했고, ‘정공법’으로 운동에 참여한 투자자들 상당수가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투연은 지난 10일 K스톱 2차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기로 했다가 당국의 경고를 받고 이를 중단했다.

지난 3월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개인 투자자로 구성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기관의 과매도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투연 측은 당국 조사가 끝난 뒤 1차 운동 당시 문제점으로 지목됐던 특정 일시·종목을 지정하는 방식 등을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운동을 재개한 후에는 공매도 잔고 1위라는 단순한 기준을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우량하고 건실한 기업임에도 과도한 공매도로 주가가 억눌린 기업을 찾아 매수 운동에 나서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