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스까, 노까’설전으로 번진 야권 합당 협상 볼썽사납다

입력 2021-08-06 04:05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문제를 둘러싼 대립이 점입가경이다. 처음에는 유리한 합당 조건을 이끌어내기 위한 기싸움인가 싶었더니 이내 감정싸움으로 변질되고 급기야 정치를 희화화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예스까, 노까’ 설전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며칠 전 합당할지 말지 ‘예스냐, 노냐’로 답하라고 요구하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차 대전 때 일본군이 영국군한테 항복을 받아낼 때 ‘예스까, 노까(항복할래, 안 할래)’라고 물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에 이 대표는 5일 “내가 전범이면 국민의힘은 일본군이냐”며 사과를 요구했다. 중차대한 합당 문제를 예스냐, 노냐로 대답하라고 요구한 것부터 잘못됐지만 그렇다고 전범에 빗대 맞받아친 것 역시 격(格) 떨어지기는 매한가지다. 실무자들도 아니고 공당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이런 수준 낮은 설전을 벌여서야 되겠는가.

이 대표가 본인이 다음 주에 휴가를 가야 하니 국민의당에 금주 안에 합당에 대한 입장을 정하라고 요구한 것도 잘못이다. 합당에 빨리 응하라고 촉구하려는 차원도 있었겠으나 개인 휴가 일정에 맞춰 일방적으로 합당 시한을 박은 건 협상 파트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국민의당은 정당지지율상으로는 7~8% 안팎의 제3당인데 그 존재감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한 셈이다. 국민의당 쪽도 도를 넘기는 마찬가지다. 합당 협상에 참여한 서울시당위원장은 이 대표를 가리켜 ‘철부지 애송이’라고 폄하했고, 당 대변인 역시 ‘이 대표 포용성이 벼룩의 간만큼 작다’고 비난한 것이다. 서로를 이렇게 대하니 협상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을 것이다.

양당의 합당 약속은 4·7 재보궐선거 때 국민들한테 내건 공약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합당하는 게 도리다. 국민의힘은 상대를 더 배려하고, 국민의당은 유연한 합당 조건을 내걸어 약속을 속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한심한 수준의 말싸움으로 계속 시끄럽게 할 것이라면 차라리 합당을 포기하는 게 국민을 덜 피곤하게 하는 길이다. 그런 뒤에는 합당 약속 파기에 대한 유권자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함은 물론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