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경쟁력 강화와 양극화 완화에 방점 둔 세법 개정안

입력 2021-07-27 04:01
정부가 26일 발표한 2021년 세법 개정안은 3년 만에 감세 기조로 전환한 데다 그로 인한 최대 수혜자가 대기업인 점이 특징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기업·고소득자의 세 부담 경감이 중소기업·서민·중산층보다 커졌다. 갑작스러운 기조 변화이지만,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이유 있는 부자 감세로 판단된다.

정부는 반도체·배터리·백신을 3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이들 분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면 최대 50%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시설투자에 대한 공제율도 높이기로 했다. 올해 세법 개정안에 따른 전체 세수 감소분(1조5050억원)의 77%(1조1600억원)가 국가전략기술 세제지원이어서 대기업의 감세 규모가 커졌다. 국가전략기술에 해당하는 산업 특성상 대기업 쏠림이 나타난 것이다. 대기업에 지나치게 많은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경쟁력 관점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반도체 등을 둘러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국내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선점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이 분야에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우리만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선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심해진 양극화를 조금이라도 완화시키기 위한 세제들이 마련됐다. 근로장려금(EITC)을 받을 수 있는 소득상한 금액을 올려 지급 대상을 30만 가구 늘렸고, 비수도권 기업이 청년 등 취약계층을 신규 고용할 경우 1인당 1300만원을 세액공제해주기로 했다. 창업 후 5년간 소득·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생계형 창업 중소기업 대상을 대폭 늘렸고, 착한 임대인 제도(상가 임대료를 내린 임대사업자의 임대료 인하액 70%를 세액공제)를 내년 6월 말까지 연장하면서 대상도 확대했다. 또 기부금 세액공제율을 기존 15%에서 20%로 늘려 100만원을 기부하면 20만원을 돌려받게 됐다. 양극화 완화에 얼마나 큰 효과를 낼지는 알 수 없으나 모두 필요한 지원책들로 평가된다.

이밖에 2023년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발생한 소득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기로 한 것, 고액·상습 세금체납자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재산을 숨길 경우 이를 강제 징수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한 것도 적절해 보인다. 다만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부동산 핵심 세제를 조정하는 방안이 하반기로 미뤄진 것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