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는 한국교회 자산… 중도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면”

입력 2021-07-27 03:03
정성진 목사가 지난 23일 경기도 파주 해마루수도원에서 국민일보 미션라이프를 읽으면서 미시적이면서도 거시적인 시각을 담은 글을 통해 한국교회를 향도해 달라고 말하고 있다.

정성진(66) 목사는 1997년 1월 경기도 고양에 일산광성교회(거룩한빛광성교회의 옛 이름)를 개척했다. 기존 교회를 인수하느라 7억원 부채를 안고 시작한 목회였다. 그해 11월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면서 은행 이자율은 24%까지 치솟았다. 개척 첫해에 절망을 경험한 셈이었지만 낙담하지 않고 복음만 전했다고 한다. 그리고 1년 만에 출석 교인이 400명을 넘었다. 교회가 자리를 잡자 정 목사는 지역사회를 돌보기 시작했다.

지난 23일 경기도 파주 해마루수도원에서 만난 정 목사는 “2001년 7월 28일자 국민일보에 처음 소개됐다”고 말했다.

당시 기사는 47세였던 정 목사가 일산 조선족복지선교센터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내용을 다뤘다.

정 목사는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하며 일자리를 찾아 나선 중국 동포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고 복지선교를 통해 민족의 동질감을 회복하기 위해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면서 “이 선교센터의 사역은 장차 중국 동포사회의 선교에 귀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목사는 또 “신학생 시절 민중신학에 심취해 있었고 민주투사를 꿈꿨다”며 “등록 교인 2만여명의 대형교회를 일구면서도 지역사회의 아픔에 늘 귀를 기울이며 ‘사회선교’의 길을 걸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고양시에 우후죽순처럼 생기던 러브호텔 건립 반대 운동을 이끌었다. 이 운동에 소극적이던 당시 고양시장을 낙산시키기 위해 시민 5만여명의 서명을 받았고 결국 재선을 막았다. 환경운동연합 고양시 대표로 활동하며 진보적 시민운동에도 투신했다.

정 목사는 2003년 1월 25일에는 ‘목회 신 패러다임’이라는 기획기사의 주인공으로도 소개됐다. 기사에서 그는 자신의 목회 철학을 ‘독수리 목회’라 말하며 이 같은 사역을 하는 이유를 밝혔다.

“독수리는 한쪽 날개만으로 날 수 없습니다. 교회도 이처럼 오른쪽은 개인 구원, 왼쪽은 사회 구원의 날개를 달고 민족과 사회를 품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의 어떤 교회는 날지 못하는 타조와 같고, 또 어떤 교회는 날지 못하는 닭과 같습니다. 개인 구원으로 교회 몸집을 키우는 동시에 사회 선교를 통한 사회 구원에 힘써야 합니다”.

정 목사는 보통의 대형교회 목사들과 확실히 다른 면모를 보였다. 그는 65세 나이로 조기 은퇴했다. 정 목사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는 목사 정년을 70세로 규정하고 있다.

2019년 11월 8일 정 목사의 은퇴를 알리는 온라인 기사가 출고됐다. 은퇴예식 일정을 알린 기사에는 그의 좌우명인 ‘아사교회생(我死敎會生)’에 대한 언급이 실렸다. ‘내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는 의미로 정 목사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정 목사는 “조기 은퇴를 결정한 뒤 복잡했던 마음을 ‘역경의 열매’에 소개했다”고 했다.

그가 말한 기사는 2020년 10월 5일 자에 게재됐다. “2019년 4월 첫 주에 ‘바통 터치’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다. 거룩한빛운정교회까지 분립 개척한 뒤 거룩한빛광성교회 담임목사로서 마지막 설교를 하는 날이었다. 시인 조병화는 자신의 시 ‘의자’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이 시를 마음에 품고 설교했다. 미련 없이 떠나겠다는 고백을 설교에 담았다. 때로는 흔들렸다. 심지가 다 된 촛불이 마지막 사그라들기까지 흔들리며 요동치듯 나도 그랬다. 하지만 검은 점 하나 남긴 채, 다 사라진 촛농을 보면 기분이 맑아지듯 그렇게 불태우고 떠나겠다 다짐했다. 그런 마음으로 교회를 떠났다.”

국민일보와의 인연도 깊다. 국민문화재단 이사인 정 목사는 국민목회자포럼 초대 대표회장으로 봉사했다. 2015년 5월 28일 포럼 창립을 알리는 기사에서 정 목사는 “국민목회자포럼의 설립 목적은 교회 위기를 극복하고, 차세대 지도자들의 리더십을 세우며, 교회를 든든히 세워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 한국교회가 수천억원을 들여서 국민일보와 같은 기독 일간지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 한국교회의 자산인 국민일보가 한국교회의 신문으로 든든하게 설 수 있도록 돕고 지원하자”고 말했다.

이어 “국민일보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중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중도적 입장에 서서 외연을 확대하는 게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유일한 길”이라며 “복음주의와 사회선교, 성령주의까지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좋은 필진을 발굴해 무게 있고 깊이 있는 글이 매일 지면에 실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 목사는 “두터운 필진과 명논객들의 미시적이면서도 거시적인 시각을 담은 글을 통해 한국교회를 향도해 달라”며 “한국교회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아젠다를 늘 국민일보가 선점해 달라”고 요청했다.

파주=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