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력형 성폭력 경종 울린 오거돈 법정 구속

입력 2021-06-30 04:07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합당한 죗값을 치른 것으로 판단한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류승우)는 어제 오전 열린 선고공판에서 오 전 시장의 공소장에 적시된 강제추행과 강제추행미수, 강제추행치상, 무고 등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오 전 시장은 2018년 11월 직원 A씨를 강제추행하고 같은 해 12월 A씨를 또 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다. 또 지난해 4월 시장 집무실에서 직원 B씨를 추행하고, 이 직원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게 한 혐의(강제추행치상)도 받았다.

류 부장판사는 “권력에 의한 성폭력에 해당한다”며 “피해자 심정은 처참하고, 저를 포함한 우리 사회가 느낀 감정은 참담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쟁점이 됐던 강제추행치상죄가 인정된 것은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자신이 근무하는 조직의 장인 피고인으로부터 업무수행 중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성추행을 당해 매우 치욕적이고 정신적 충격이 상당했을 것으로 인정되고 상처로 남았다”고 했다. 이어 “더욱이 사회적 관심이 높고 수사 장기화로 피해자 고통이 더 커진 것으로 예견할 수 있어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오 전 시장이 지난해 4월 성범죄를 공개적으로 시인했음에도 이번 판결이 이뤄지기까지 무려 1년2개월이나 걸렸다. 복잡한 사건이 아닌데도 기소와 재판이 다소 늦어진 점은 유감이다. 오 전 시장은 성추행 이후 주변인들을 통해 회유를 시도하고, 시장직 사퇴 후에도 도피 생활을 하며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줬다. “혐의는 인정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등 황당한 말로 2차 가해도 해왔다. 권력형 성폭력은 월등히 우월한 지위, 권력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 이번 판결이 권력형 성폭력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