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용 인발강관 제조업체인 중소기업 A사는 요즘 죽을 맛이다. 제품을 만들어 자동차 부품 업계에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난다.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철광석이 귀해지다 보니 포스코 등 제철사가 납품 단가를 급격히 올렸다고 한다. 올해만도 3차례에 걸쳐 t 당 단가를 기존 거래 가격보다 27만원이나 올렸다. 그렇다면 인발강관 공급가도 그만큼 올려야 하는데, 가격 인상은 요원하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1·2차 벤더들이 구매 단가를 인상해주지 않고 있다. A사 대표는 “완성차 업계가 인발강관 구매 단가를 인상해줘야 되는데 인상해주지 않고 있다. 우리만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납품 거부를 하기도 힘들다. 가격이 안 맞아서 안 팔겠다고 했다가는 대기업 계열인 부품 업체들이 향후 거래를 끊어버릴 우려가 있다. A사 대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인발강관 제조업체 B사 대표는 “2017년에도 제철사에서 10만4000원을 올렸는데 납품 단가 인상까지 7개월 정도 걸렸다. 이번엔 인상폭도 커서 ‘보릿고개’를 잘 넘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철광석을 원자재로 쓰는 중소기업들의 신음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철사는 원재료 납품 단가를 대폭 올리는데 수요처는 구매 단가를 동결하려 안간힘을 쓴다. 중간에 끼여 있는 중소기업들이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것이다. A·B사와 같은 인발강관 업계가 직격타를 맞은 대표 사례로 꼽힌다.
국제 철광석 거래 가격 폭등이 사달을 불렀다. 2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가장 최근인 지난달 28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t 당 191.38달러에 달한다. 1년 전인 지난해 5월 29일(97.53달러/t)보다 배 가까이 폭등했다. t 당 226.46달러까지 치솟은 지난달 중순보다는 조금 떨어졌지만 여전히 부르는 게 값이다.
문제는 해결 방안이 마뜩찮다는 점이다. 정부조차 중재에 인색하다. A사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아가봤지만 완성차 업계랑 서로 협의해서 문제를 풀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엇비슷한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양자 간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갑을관계’에 예속된 업계에서는 그리 쉽게 협상이 되겠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철광석 가격 인하 역시 정부 차원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가격을 끌어내릴 요인이 없다. 결국 중소기업만 죽어나가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