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게 목을 눌려 사망한 ‘플로이드 사건’이 25일(현지시간)로 1주년을 맞는다. 이 사건으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는 시위가 전 세계를 뒤흔들면서 인종차별의 상징들이 빠르게 퇴출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흑인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선 플로이드 사건 1주기를 맞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리는 등 곳곳에서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플로이드의 유족들을 만나 위로할 예정이라고 AFP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분노의 여파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인종차별 상징물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증오단체의 동태를 감시하는 비영리기관 남부빈곤법률센터(SPLC)에 따르면 플로이드가 사망한 지난해 5월 이후 최소 170개의 동상, 기념비 등 남부연합 상징물들이 철거되거나 이름이 바뀌었다. 특히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철거된 남부연합 상징물은 58개에 그쳤지만, 지난해 한 해 동안에만 무려 94개의 상징물이 사라졌다. 남부연합은 과거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찬성했던 동남부 11개주를 지칭하는 용어다.
지난해 12월 남부연합군의 사령관 로버트 리의 동상이 미 의회의사당에서 철거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 자리엔 16세의 나이로 흑인 학생에 대한 처우를 문제 삼으며 시위에 나섰던 바버라 존스의 동상이 들어서기로 결정됐다. 지난 3월에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 고교가 남부연합의 장군이자 흑인 테러단체 큐 클럭스 클랜(KKK)단의 지도자였던 네이선 베드퍼드 포레스트의 이름을 딴 교명을 바꿨다. 가디언은 영국에서도 거리, 건물 등 공공시설 39곳의 명칭이 변경됐으며 30개의 기념물이 철거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정작 흑인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와 함께 미국 성인 18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흑인 응답자의 6%만이 국가가 흑인과 백인의 동등한 권리를 위해 필요한 변화를 만들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흑인 응답자의 68%는 경찰의 흑인 대응 양태가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 지난해 BLM운동 등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여긴 비율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