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7일 20대 청년들을 초청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쓴소리가 터져 나왔다. 면전에서 20대의 질타를 받은 송영길 대표는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재보선에서 등 돌린 20대 여론에 놀란 민주당은 연일 부동산, 암호화폐(가상화폐)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성년의 날 기념 20대 초청간담회에 참석한 청년 7명에게 “여러분 마음껏 희망을 얘기하고 앞날의 계획을 세우기 힘든 현실이라는 걸 잘 안다”며 “가시방석이고,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사과했다. 모두발언부터 자세를 바짝 낮춘 것이다.
그러나 반응은 싸늘했다. 21학번 대학생 김한미루씨는 “요즘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을 지지하느냐고 묻는 게 더 비하의 의미”라며 “민주당은 다를 줄 알았지만 각종 비리 처리에 공정하지 못했다. 거기서부터 하나씩 마음이 떠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당시 조 전 장관을 엄호했던 민주당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대권 주자들의 현금복지 정책을 겨냥해서도 작심 비판이 나왔다.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고졸자에게 세계여행비 1000만원을 지급하자고 했다가 번복했고, 이낙연 전 대표는 군 전역자에게 사회출발자금 3000만원을 마련해주자고 제안했다. 김씨는 “청년들은 더 이상 이런 공약에 속아서 표를 주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간담회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도 날 선 비판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선 “민심을 받아들이고 (민심을) 가르치려 하지 말라”는 말도 나왔다고 배석한 전용기 의원이 전했다. 코로나19와 민생위기에도 검찰 개혁만 외쳤던 독선적인 모습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와 직결된 ‘절차적 공정’에 대한 요구도 터져 나왔다. 송 대표는 “청년들의 정의와 공평은 기성세대보다 훨씬 엄정하다”며 “결과적 공정이 아닌 절차적 공정을 챙기겠다”고 답했다. 또 이대남(20대 남성)뿐 아닌 20대 전체를 포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4·7 재보선에서 참패한 이후 민주당 곳곳에선 대선 위기감이 분출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모임 ‘더민초’ 운영위원장을 맡은 고영인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탈한 2030세대의 마음을 되찾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내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필패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청년 민심 회복이 급선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민감한 부동산과 가상화폐 문제까지 건드리게 된 상황이다.
민주당은 당 부동산특위에서 논의 중인 청년·신혼부부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가 반전 카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무주택 청년·신혼부부에 한해 집값의 90%까지 대출할 수 있도록 하면 부동산 민심이 돌아선다는 계산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송 대표는 “청년·신혼부부의 경우 집값의 6%만 있으면 자기 집을 가질 수 있는 금융구조를 완성했다”고 강조해 왔다.
가상화폐 민심 달래기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송 대표를 포함한 고위 당정청 인사들은 전날 총리공관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가상화폐 문제를 처음 안건에 올렸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18일 가상화폐 불공정거래 행위를 처벌한다는 내용의 가상자산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