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가 불법이었다는 문제 제기로 출발한 검찰 수사의 파장이 2년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로까지 확산됐다. 2019년 3월 김 전 차관 출금 조치 과정, 2019년 6~7월 안양지청의 불법 출금 수사가 무마되는 과정의 두 갈래에서 모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의 관여 의혹이 나타난 것이다. ‘자녀 입시비리’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으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조 전 수석으로서는 김 전 차관 출금과 관련해 또다시 수사선상에 오른 셈이 됐다.
조 전 수석과 이 비서관에 대한 수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두 기관에서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마저 있다. 검찰로부터 ‘수사 무마’ 검사들의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해당 검사들의 행위에 관련된 조 전 수석 등을 직접 수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검찰은 공수처에 한 차례 이첩했다 되돌려받은 ‘불법 출금’ 사건에 있어서는 조 전 수석 등을 수사할 주도권이 검찰에 있다고 보고 있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가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 배용원 전주지검장, 이현철 서울고검 검사 3명의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한 데에는 “당시 공범들에 대해서도 판단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검사 3명의 당시 행위를 재구성한 관련자 진술 등 수사 기록에는 조 전 장관, 이 비서관의 행위도 드러난다. 검찰은 이들 3명이 결과적으로 2019년 안양지청의 이규원 검사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지만, 한편으로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지시에 따른 피해자 성격도 갖는다고 보고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에는 조 전 장관과 이 비서관 등이 어떻게 수사 무마 사태에 개입했는지 비교적 명확하게 적혀 있다. 이 검사가 본인이 수사를 받게 된 사실을 이 비서관에게 말했고, 이 비서관은 조 전 수석에게 “이 검사가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게 검찰에 말해 달라”고 전했다는 것이다. 조 전 수석은 이를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근무하던 윤 부원장에게 그대로 전달했다고 검찰은 현재까지 파악하고 있다. 조 전 수석은 “압박이나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관건은 공수처가 직접 조 전 수석을 조사할 것인지 여부다. 검찰은 공수처가 직접 수사를 할 역량이 있으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본다. 여러 관련자의 진술로 이미 대강의 사실관계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는 얘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3~4명만 더 조사하면 될 크기의 사건”이라고 했다. 다만 공수처는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이첩된 사건의 경우 더욱 신중한 기록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에서 이첩된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오랜 검토가 이뤄지는 이유다.
수원지검이 지난달 이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기소하기에 이른 ‘불법 출금’ 수사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검찰은 조 전 장관과 이 비서관이 안양지청 수사 무마뿐 아니라 김 전 차관의 출금 과정 자체에서도 모종의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 대목은 공수처로부터 돌려받은 사건이기 때문에 검찰이 일단 주도권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후 조 전 장관 등의 범죄 혐의가 드러난다면 검찰이 공수처에 통보를 해야 한다.
이경원 허경구 기자 neosarim@kmib.co.kr